파인뉴스

5월은 축제의 달이다. 한국의 기후 조건상 4계절 열두 달 중에 생활하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 봄이고 그 중에 5월이 봄의 중심이다. 비어있던 들녘과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 생명의 푸른 싹이 돋아나고 형형색색의 수많은 꽃이 피어나는 5월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에 전국의 많은 자치 단체에서 축제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 인류역사의 시작 근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축제라는 말의 의미는 祝 과 祭 라는 두 글자의 뜻을 풀이하여 그 각각의 의미를 보고 그 두 가지 의미를 합하여 보면 이해할 수 있다.

祝 은 빌다 기원하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고 祭 는 제사 지내다 사귀다 사람과 신이 서로 접하다(만나다)라는 의미가 있는 글자다.

서양의 축제문화의 시작 또한 같다. 축제라는 의미의 페스티벌 (festivalis) 은 라틴어의 거룩한 날이라는 말에서 시작된다. 기독교적 의미가 가득 담겨있다. 축제의 시작은 고대로부터 신에게 복종하는 의식. 신에게 제사지내는 의식. 신에게 기원하고 신과 인간이 만나는 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축제의 마당에서는 신과 인간으로만 구분됨으로 모든 인간은 같은 격을 가진다. 신과 인간 사이에 신보다는 낮고 인간보다는 높은 그런 인간이 존재 할 수 없다.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축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상관없이 모두 평등한 것이다. 이것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성격이며 오늘날의 축제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적 요소여야 한다.

축제에서 신에게 제사하고 기원하는 의식이 끝난 후에는 여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려 공동체 사회의 한 사람(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날의 축제는 뒷부분만이 남아 국가나 지역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화해. 협력. 상생. 대외적 문화 마케팅의 기회로 이용한다. 지역사회의 이질적 요인을 동화시키고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동의와 참여를 구하는 마당이다.

지방 자치단체의 특산물이나 자연 환경유산. 역사 문화유적. 역사 문화인물 등을 활용하여 지방 자치단체의 좋은 이미지를 창출. 차별화 극대화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의 판매 증가. 관광객 증가. 외부 자본의 유입 증가. 인구유출의 최소화와 외부 유입인구의 증가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도 많다.

지방 자치제도 시행 이후 전국에서 치러지는 축제는 1년에 약 1.0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축제의 유형을 크게 보아 두 가지로 나누면 말 그대로 축제와 주민 위안 잔치로 나눌 수 있다.

축제와 주민 위안 잔치를 구별하는 기준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1. 축제는 지역 주민에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증대 시키고 지역사회 내의 다른 이들과의 심리적 공감대 형성의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 애향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2. 축제는 지역사회의 자연환경이나 역사 문화유산 유적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의 특정 이미지를 창출해 냄으로써 그 지역만의 특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축제를 통하여 대 내외적으로 광고 홍보하고 확인함 으로써 지역주민의 경제적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3. 축제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로 지역의 자연 환경적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발굴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사회 문화의 특수성을 문화의 우수성으로 변화 발전시켜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긍지 일체감 애향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4. 축제를 통하여 그 지역만의 특수성. 그 지역 축제만의 차별성으로 외부 관광객을 유치한다. 지역사회 내에 이미 투자된 시설 예를 들어 식당. 숙박시설. 교통편. 특산품 생산. 판매점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투자를 최소화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5. 관광객유치를 위한 개발과 투자 우선주의는 지역의 환경파괴를 가져와 그 지역의 특수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지역축제는 이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6. 지역축제는 지역 주민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하느냐의 여부에 성패가 달려있다. 맨 처음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할 때는 인적 경제적 자원이 빈약한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적 차원이 아닌 지역 주민만의 축제기획과 실행이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위주로 가야한다. 그래야 성공하는 축제로 발전한다.

이름만 주민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무슨 축제 위원회고 실상은 행정관청이 기획과 예산. 실행을 장악한 축제는 무늬만 주민 주도의 축제다. 사실은 시. 군. 구청장의 정치적 상징조작을 위한 주민동원. 주민 위안잔치에 불과하다.

7. 축제는 맨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 주민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무늬만 주민참여. 주민주도이고 실제로는 시. 군. 구청이 주도한다. 대부분 민간인으로 구성된 축제위원회는 통과의례를 위한 들러리 기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시. 군. 구의 주요 정치인들과 밀접한 지역 내 토착 기득권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이 참여하고 주도한다고 하여 주민참여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8. 축제는 지역주민이 우선이고 주역이고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원칙이 많은 축제의 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다. 지방 자치제도가 시행되고 가장 바빠진 사람들이 지방 정치인들 다음으로 가수. 탤런트. 게그맨. TV프로그램 진행자들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축제 및 이벤트 기획사들이 설립되어 지방 곳곳을 누비며 지역축제를 주민 위안잔치로 전락시키려는 일부 지방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의 의도와 수준에 영합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마쓰리” 서양의 “페스티벌” 과 중국의 축제 등 어디를 보아도 지역 주민은 구경꾼으로 팔짱 끼고 서있고 돈 받고 출연한 가수. 탤런트. MC등이 축제의 무대를 주도하는 그런 축제는 없다.

9. 대부분의 한국 지방 자치단체장들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주민이 지방자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주도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 행사와 권력의 재창출에 방해가 되면 됐지 도움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는 과거 독재정권들의 우민화 정책들을 참고해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러므로 많은 지방 자치단체장들과 행정 관료들은 지역주민이 나서서 지역의 축제를 주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모든 축제의 기획과 각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배정 참여자나 참여단체 선정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일들이 그들의 지역통제와 정치적 경제적 이해와 결부된 고려의 대상일 뿐이다.

지역의 이익이나 지역주민의 이해는 다음다음의 고려사항일 뿐이다.

10. 축제를 통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화해. 협력. 상생 지역사회 통합은 오히려 그들의 희망사항이 아닐 수 있다.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증폭되어야 분할통치가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1. 축제와 달리 주민 위안잔치(경로잔치. 어버이날 잔치 어린이날 등)는 기획자가 따로 있고 주역. 주인공이 편하게 구경하고 다른 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경우가 많고 그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래도 그들 주역. 주인공들을 객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자치제도를 시행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앞서가는 광역. 기초 자치단체와 뒤처지는 광역. 기초 자치단체 사이의 우열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치러지는 축제를 살펴보면 지방 자치

단체장이나 의회의원 행정 관료들이 그 지역의 정상적이고 올바른 발전을 위해 일 하는지 아니면 자신들만을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지역사회의 주역이요 구성원들인 주민이 동원된 구경꾼에 불과하고 그 지역 정치인을 위한 교묘하게 감추어진 상징조작에 자기도 모르게 봉사하는 그런 축제는 이제 끝내야 한다. 지역주민이 지역사회의 주인으로 나서는 모두가 주인공인 축제의 마당을 열어가야 한다.

다음 기회에는 지역 정치인에 의한 그를 위한 상징조작에 이용되는 축제의 모습을 살펴보고 싶다. 상징 조작의 의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