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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하여 육로(陸路)로 방북 길에 올랐다. 60여년이 넘는 분단 상황 속에서 극도의 대립양상을 지속해온 남북관계에 비추어 볼 때, 남북한의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일이다.

더욱이 지난 2000년 6월에 이루어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은 서해 직항로를 이용했던데 비하여 이번 노무현대통령의 방북은 육로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일정구간은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그것이 보여주는 상징성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 것은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서 분쟁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지목되어 온 한반도의 평화정착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에서의 중요한 합의사항에 못지 않는 성과로 인식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간의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서는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 달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평화를 정착 시키는데는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부터 최근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방한계선(NLL)문제 등 첨예한 문제들이 적지 않게 놓여 있으며, 공동번영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도 수행해야 할 사업에 대한 재원 조달문제와 남북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미국 등 국제적 이해가 상층 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등 쉽지 않는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한의 입장에서는 회담에 임하는 참여정부의 임기가 4개월여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정치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남북 정상 간의 합의에 어느 정도의 실행이 담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체제의 속성상 12월 1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경위와 합의 사항 등이 쟁점의 하나로 부상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때 남북정상회담은 잘못하면 정쟁의 대상의 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지금은 거의 그러할 가능성이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중요 선거가 있을때마다 이른바 북풍(北風)이라하여 남북관계가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곤 하였다. 이는 곧 당시만 하여도 남북관계가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항 가운데 하나였고 그것이 국민들의 표심(票心)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표정에서는 평온함을 넘어 담담하다는 느낌마저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의 남북관계 발전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동안 우리가 일구어온 사회발전의 한 성과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12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당국의 공명정대함이 있어야 하겠고 그 다음으로는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남북관계는 민족의 통일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든 정치인들이 명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수열<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