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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라는 말은 ‘ 은빛살구’를 의미하는데 은행알은 살구씨와 닮았다. 사람들은 오래 사는 나무를 ‘신목(神木)’이라 하는데 은행나무는 신목에 걸 맞는 수령과 기상이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가장 오래된 식물로 거의 모든 생명들이 사라진 빙하기에도 거뜬히 살아남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혈혈단신으로 그토록 오랜 세월를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신비할 따름이다. 나무를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 수십년이 걸려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가 열매를 따먹는다고 해서 ‘ 공손수( 公孫樹)’라고 부른다.

공자는 왕관없는 임금을 뜻하는 소왕(素王)으로 불렸는데 제자를 가르친 곳을 후대 사람들은 ‘ 행단( 杏壇)’이라 불렀다. 은행나무가 선비 혹은 군자의 기상을 닮았고 많은 열매는 인재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유교관련 건물인 서원, 향교 등에서는 어디서나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은행은 경사스러운 날이나 제수용으로 사용한 오랜 전통이 있으며, 귀한 구황식량이기도 했다. 독특한 맛으로 은행단자, 은행정과 등 고유한 전통음식과 신선로 같은 고급음식이나 안주상에 올라가는 귀한 식품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지금은 구은 은행을 꼬치에 꿰어 간단한 술안주로 쓰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에게 반드시 먹이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은행이다. 우리나라에도 신부가 가마 타고 시집갈 때면 친정어머니가 은행을 먹였다. 물론 가마 속에 작은 오강을 넣어두었지만 장정들이 맨 가마 속에서 새색씨가 자주 소변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강력한 소변억제작용이 있어 오줌소태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야뇨증에 좋은 처방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은행은 구운 것은 소변의 억제작용이 있고, 생은행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이뇨작용을 한다. 생것과 불을 통한 것과는 정반대의 효능을 나타낸다.

은행은 당질, 단백질이 많고 신경조직의 모태가 되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수험생의 두뇌개발과 뼈 조직강화에도 좋다. 각종 영양소도 풍부하여 남성에게는 스테미나식, 여성에게는 불감증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신장이 약한 사람은 낮에도 정액이 흘러나오거나 몽정을 한다. 은행의 수축작용은 몽정과 조루를 낫게 하고 여성의 냉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기름에 절인 은행은 혈액순환을 좋게하고, 폐결핵?기관지염 ?기침 등의 호흡기 질환에 묘약이다. 이것은 은행에 들어있는 청산배당체가 기침이나 숨이차는 것을 진정시키고 가래를 없애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노인성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밝혀져 은행추출물로 만든 약과 건강식품들이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용하는 은행의 양이다. 어른은 1일 5～6알 , 어린이는 2～3알이 적당하다. 은행은 날로 먹으면 청산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니 독성을 줄이고 맛을 좋게하게 위해 흔히 구워서 먹는다.

은행보다 약효가 더 많은 것은 은행잎이다. 은행잎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세포막을 보호하며 혈압을 내리는 등의 작용을 한다. 또한 징코플라톤 이라는 성분이 있어 혈액순환을 좋게하고 혈액의 노화를 막는다.

은행나무는 여러 가지 공해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단풍잎을 집안 구석구석에 두면 살균?살충작용이 있어 바퀴벌레 등의 해충을 막을 수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은행잎은 책갈피에 넣어두면 좀벌레가 꼬이지 않는다. 은행잎에 들어있는 ‘ 부틸산’ 이라는 화합물은 방충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암수가 마주보아야 열리는데 세모난 것을 숫은행, 두모난 것을 암은행이라 했다. 경첩날 여자에게는 숫은행을 남자에게는 암은행을 선물로 보내어 구애(求愛)하는 로맨틱한 프로포즈의 풍속도 있었다.

딱딱한 껍질이 있는 호두, 은행, 밤의 시앗을 먹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야 만 한다. 그러한 과일들이 인내뿐만 아니라 겉모습에 감추어진 정신을 상징한다.

숨겸진 보물을 마음의 양식으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