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현대인들은 군중 속에 살고 있지만 외로움과 고독을 머금고 있다.

아파트의 주거문화가 이루어지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서로가 인사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 것 같다.

또한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근무시간에는 업무적인 대화가 오고 가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이 되면 서로가 남이 되는 경향이 많다.

더욱이 어느 한 직장을 30년이 넘게 다녔다 해도 퇴직 이후에는 모두가 남남이 되는 현실이다.

사실 누구나가 얼굴을 대하고 지내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겠지만, 그 교섭은 이해관계에 얽힌 비정(非情)적 사교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정을 나눌만한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모두가 독립된 개인들뿐이며 그들과의 정신적 유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옛날 우리 농촌에 살았던 선조들은 마을에 얽혀진 하나의 공동체였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마을의 대소사에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그 역할이 충분했다.

마을의 행사와 간섭과 의견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감싸주는 두레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외롭고 고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서로가 의지하고 자신들의 고뇌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고, 대문 밖만 나가도 서로가 위안 객이 되고 서로가 벗이 되는 아름다운 삶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더욱이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고독과 빈곤과 질병의 삼고(三苦)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늘에서 살고 있는 어두운 주인공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산업 사회가 이루어지고 핵가족의 현대 문화는 군중 속에 파묻혀 있는 현대인들을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나 마르틴 프베르와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확실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전통적 권위로부터 해방되어 비록 자유는 찾았다 하지만, 그 대신 고독과 공포를 얻게 되었고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대의 인간관계를 직시하는 옳은 이야기 인 것 같다. 사실 어찌 보면 인간은 천부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이웃으로부터 무관심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이 인간들을 고독과 외로움을 주고 있느냐의 질문은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가 제 아무리 산업화가 되고, 핵가족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한들 이웃들에게 고독을 던져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독이란 무덤을 만들고 스스로 그 무덤 속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독이란 무덤은 여유로움의 빈약에서 시작되고 자기주의적인 모순의 씨앗으로부터 싹이 트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일 우리 인간들이 고 지능적 동물이 아니었다면 외로움의 고통은 거론한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 지능의 두뇌를 가지고 사회를 만들어 그 속에 존재하고 있기에 집단의식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것이며 인간관계가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인의 고독이야말로 인간관계의 발전적 저해는 물론 이웃들의 이해관계가 인색해 지고 개개인들의 꿈과 희망에서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스스로 고독의 무덤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길웅<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