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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실려오는 아까시나무의 향기는 감미롭다.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꽃송이들은 하얀 나비떼들이 차례차례 늘어선 것 같아 싱그러운 오월을 더욱 향기롭게 한다.

‘저러이 황홀한 향기로/ 꽃몸살 앓게 하던 사람/ 그대는 만난 적이 있는가/ 앞산 시냇물가에 / 오월의 아까시아나무로 서서 / 이제 내게 다가오는 이 있으면 / 이런 향기로 안겠네’ 시인 오소후는 ‘아카시아꽃 필때’에서 ‘ 아까시나무의 황홀한 향기를 노래하고 있다.

아카시잎을 보면 “가위 바위 보 ”를 하며 잎을 하나씩 떼어내던 유년의 기억으로 달려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유백색 꽃을 따서 입에 “쭉 쭈욱” 빨면 꿀샘의 들큰한 맛이 입안에 남았던 감미로운 추억은 늘 푸르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카시아 ’로 부르지만 아카시나무로 불러야 옳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갈잎큰키나무로, 흔히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우고 있다. 이 나무릐 학명은 로비니아 수도아카시아( Robinia Pseudoacacia)로 로비니아속에 속하는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의 < 니세 아카시아>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앞에 붙은 <가짜>란 말을 빼버리고 ‘ 아카시아’라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다른 나무이다. 진짜 아까시아( Acasia)는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 지역에 사는 나무로 대개 노란 꽃이 뭉쳐 핀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는 단 한 포기고 자라고 있지 않다.

이 아까시나무가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890년 중국을 거쳐 일본인의 손을 거쳐 들어왔다. 일제 시대 온통 벌거벗은 민둥산을 긴급히 녹화하려고 심기 시작했는데, 점점 번져 전국의 온 산기슭을 거의 덮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나무를 다 베어내고 산에 몹쓸 나무만 잔뜩 심었다는 부정적인 인상이 있는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우리 산을 푸르게 하는데 일조했고, 산지를 기름지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는 유용성을 강조하고, 어떤 이는 제거해야 하는 나무라고 한다. 꽃과 향기가 좋은 아름다운 추억 속의 나무가 되는가 하면, 산을 망치는 몹쓸나무라 천시받는다. 사실 아카시나무는 묘역으로 침입하는 제일 골치 아픈 나무이다. 한 번 번지면 퇴치하기가 매우 힘들어 줄기를 자른 면에 석유나 농약을 발라 퇴치해야 한다.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숲은 대개 잡풀이 적다. 워낙 생장이 왕성하여 양분이 많이 필요하여 다른 식물이 나누어 쓰지 못하도록 일종의 독성을 내보낸다 한다. 흔히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지만 살아남기 위해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을 치열하게 진화시켜온 “식물의 생존지혜는 정말 경이롭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아까시나무를 두고 목재로는 아무 쓸모 없는 잡목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 나무를 땔감으로 쓰려고 베어 내었고 그 후로는 없앨 궁리를 했으니 아까시나무는 제대로 수형( 樹型) 한번 만들어 보지 못하고 잡목이 되어 버린 까닭이다.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강도가 높고 내구성이 강하고 무늬와 색상이 아주 독특하다. 게다가 고급 특수 목재로 수입하는 나무보다는 값이 싼편이어서 앞으로 많을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봉업자에게는 최고의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이며, 꿀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리나라는 꽃이 피는 시절의 아까시나무 숲은 좋은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경관을 살려야하는 땅이 아니라 다른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 버려진 땅에 아까시나무를 제대로 심어 가꾼다면 유용한 나무가 될 수 있다. 헝거리 같은 나라에서는 많은 아까시나무 품종을 만들어 개화기를 늘리고 아름다운 가로수를 조성하여 크게 덕을 보고 있다고 하다.

“ 자연앞에 겸손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온 것이 식물의 지혜입니다. 꽃의 아름다움만 보지 말고 그 지혜까지 함께 보기를.

아까시나무는 꽃 향기외에도 쓰임새가 많은 나무이다. 잎은 가축의 사료나 좋은 녹비가 될 뿐아니라 이뇨작용이 뛰어나 신장치료에 효과가 있다. 뿌리의 껍질은 주로 약재로 이용하는 하는데 봄이나 가을에 채취하여 잘게 썰어 건조시켜 놓고 달여 마시면 이뇨, 수종,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봄철에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 먹으며, 샐러드를 해먹어도 풋풋한 맛이 좋다. 다 자란 잎은 살짝 찐 다음, 손으로 비비면서 말려 차로도 마신다. 풀냄새가 나지만 이뇨효과도 있어 좋다. 꽃이 피면 꽃과 어린잎을 섞어 튀기거나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향기로운 튀김요리 아카시꽃튀김을 아는가? 모처럼 집에 내려온 딸에게 잊지못할 향기를 먹이고 싶었다. 지금 한창 활짝 핀 아카시꽃을 조심스럽게 따왔다. 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고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었다. 바삭한 튀김 속에 살아있는 향기로움에 감성적인 딸은 환상적인 맛이라고 기뻐하였다.

“ 엄마, < 영혼과 영생>을 상징하는 아카시꽃을 먹었으니 우리는 향기로운 영혼으로 영생하겠죠? ” 꽃튀김 한 접시에 너무 호들갑스럽다고 누가 탓하면 대순가. 아름다운 봄날 모처럼 모녀가 앉아 푼수가 되어 보는 것도 즐겁다.

‘ 인간은 영원에서 다시 살기 위하여 어떻게 죽어야 하는 가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희랍의 성약(聖約)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것 만으로도 아카시꽃이 있는 오월은 아름답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