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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식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비록 그 자식이 바보일지라도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유일무이한 최상의 존재임에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인지 부모는 굳이 자식의 잘못된 점을 인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잘못을 아주 작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 보다 많은 좋은 점에 의해 포장되어 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여러 학생 중에 한 학생일 따름이다. 자신의 학생 중에는 똑똑하고 잘난 학생도 있고, 공부는 못하지만 운동을 잘하는 학생도 있으며, 사교성이 뛰어난 학생, 예절이 바른 학생, 이도 저도 아닌 학생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학생들을 대한다.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다른 학생과 비교하여 결정되며 객관적으로 학생의 능력과 성향을 판단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시각은 당연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나 교사의 학생에 대한 시각은 부모의 그것에 대해 다분히 객관적이다. 그래서 이러한 견해에서 오는 차이는 종종 부모와 교사간에 오해와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소중한 자식이 울먹이며 부모에게 자신에 대한 선생님의 부당한 처사를 한탄하면 부모는 으레 자식의 입장에서 맞장구를 치게 된다.

그러나 교사는 분명 싸움에 원인이 무엇인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추리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며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된다. 잘못이 더 큰 학생, 즉 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고 공격성이 심한 학생에게 더 큰 벌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평상시 그 학생의 불손함이나 반항에 대한 감정이 더해진다. 이에 학생에게 주는 벌 또한 자신의 행동을 충분하게 반성할 수 있는 벌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똑같은 상황을 놓고 교사와 부모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모에게 자식은 오로지 하나이고, 교사에게 학생은 여럿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수적인 면에서의 인식 차이라 할 수 있다.

부모는 교사에게 자기 자식이 중심이 된, 자기 자식을 위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요구한다. 그러한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자식이 교육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며 교육의 방법에 저항을 느끼면, 부모는 교사의 역량과 지도법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짓는 경향이 있음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 반해 교사는 학생을 평소의 행동 성향이나 성격, 문제 해결의 정도를 중심으로 쉽게 판단해버린다. 여기에 학생의 불손함과 공격적 성격에 대해서는 가정 교육의 실패라 단정짓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학생 중에 한 학생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하여 판단한 결과이기도 한다. 어찌 보면 교사는 문제를 단정짓고 학생의 능력을 쉽게 한정해 버리며, 그것에 대한 처방 또한 비교적 쉽게 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자식을 유일무이한 최상의 존재로 본 사랑이며, 교사의 학생 사랑은 평범함이 바탕이 된 상대적 비교를 한 사랑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에게 보이는 자식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교사가 발견한 학생의 장점과 단점에는 양적, 질적인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과도한 요구로 아이의 행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것이며, 오히려 아이의 좋은 점이나 가능성을 발견하여 교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진정한 학생 사랑은 능력이나 문제를 쉽게 단정지어 버리기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주고 노력과 자신감을 통한 도전 의식을 자극시키는 데에 있다.

이정재 <광주교대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