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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인들 조용히 넘어간 때가 있었겠는가만 정말 지난 정해년(丁亥年)은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나는 해였던 것 같다.

특히 정치적으로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어 10년 동안 진보, 개혁세력이 장악했던 정치권력이 보수, 실용세력으로 옮겨가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에 적지 않는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또 하나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의 기름유출사건은 우리들의 사소한 실수와 무관심이 불러올 수 있는 재앙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17대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낮은 투표율에서 우리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고, 만일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과연 정치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정치란 모든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최종적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는 곧 정치가 사회를 규정하는 마지막 권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아마도 이 때문에 적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부정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매료되고 함몰되지 않을까 싶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선거를 통하여 획득된 정치권력은 ‘정당성’과 ‘합법성’을 획득하고 되고, 거기에는 엄청난 힘이 실리게 된다. 따라서 한번 집권한 정치집단을 권력의 전면에서 끌어내리는 일은 마치 전투에서 굳게 지키고 있는 성문(城門)을 부수고 입성하기만큼이나 쉽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민의 정부’로부터 10년간이나 지속된 권력의 아성을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도록 하였고 한나라당이 승리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지형을 바꾸어 놓았던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 10년의 정치가 국민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무릇 정치는 그 구성원들을 물질적 또는 심리적으로 만족시키고 그들이 희망을 지닌 채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난 10년은 여러 가지 개혁조치들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에 적지 않는 긍정적 변화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한 기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함으로써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늘어났는가 하면, 다양한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사회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기만 하였다.

그런가하면 대통령부터 앞장선 탈권위주의와 부정부패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권력주변의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함으로써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바로 이러한 실망이 ‘이제 한 10년 되었으니 한번 바꾸어보자’는 쪽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와 다산(多産)을 뜻하는 쥐띠 해, 무자년(戊子年)에 집권을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정치로부터 멀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이다.

그러나 어찌 정치가 그토록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여기에서 '이명박 정부'는 다름 아닌 쥐에게서 지혜를 얻고 배웠으면 한다. 무릇 쥐는 배의 침몰을 가장 빨리 감지하고 탈출한다는 것처럼 주변 상화의 변화에 가장 예민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국민들의 변화된 마음, 희망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지혜를 지녔으면 한다. 여기에서부터 무자년(戊子年)의 희망의 정치는 싹트지 않을까 싶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