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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을 하는 데는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한데 처음엔 정치를 잘하다 의무를 지키지 못해 역적이 된 정치가가 있다. 그는 누구인가? ‘마음이 바르고 나라를 자기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정치가.’ ‘대한(大韓)의 몇 째 안가는 재상.’ ‘황상 폐하를 보호하여 우리나라 자주독립의 권리를 튼튼하게 한 인물.’ 최초의 한글신문 ‘독립신문’이 대한제국 때 여러 차례 극찬한 이 정치인은 놀라지 마시라. 매국노의 대명사 이완용(李完用)이다. 독립협회가 한국의 영구 독립을 선언하며 세운 독립문의 편액(扁額)도 그의 작품이다.

한때 이완용도 촉망받은 공직자였고 뛰어난 서예 실력을 가진 선비였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가열찬 매국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이완용 평전’의 저자 윤덕한 씨는 “그는 일제의 조선 강점이라는 대세를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받아들인 ‘대세 순응형’ 이었다”고 평가한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 문제를 논의하는 어전회의장. 이완용은 “국력이 약한 우리가 일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을진대 원만히 타협하고 우리의 요구도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그도 ‘훗날 역사가 평가하리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죄악은 죽음으로도 용서받지 못했다. 1926년 2월 13일 동아일보 1면 사설 제목은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 이틀 전 (2월 11일) 숨진 이완용에 대한 것이다. 형식은 요즘의 부고 기사와 다를바 없지만 내용은 ‘잔잔한 애도’ 대신 ‘피끓는 분노’가 넘쳤다.

그런데 조선총독부는 그의 가는 길을 위로했다. 한데 이런 역사를 보면 노무현 참여정부를 보는 것 같다. 노 정권 초기때 꿈에 부푼 그 기대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서민들의 저승사자로 보이고, 우파의 눈은 반란군 사위 정부로 보일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지 좌파의 무기(?) 통일론에 빠져 북한만 보이고 대한민국은 보였느냐다. 국정원장의 행적만 보아도 역시 그 대통령에 그 국정원장이였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하루 전인 작년 12월 18일 평양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유출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허나 이것도 고백하고 사의를 표명한 그대로인지 북측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와서 술수를 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전날 김씨의 평양행은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북 사실이 드러난 이상 국회 정보위원회에라도 경위를 알려줬어야 한다.

함에도 이러한 노 대통령은 작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때 김씨가 납치범과의 협상에 개입하면서 신분을 노출해 물의를 빚었지만 버젓이 감쌌다. 함량 미달로 국정원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던 김씨를 국정원장에 앉힌 책임은 더 크다. 코드가 맞았었는지 같이 함량 미달이라 연습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매국노 이완용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리못해 국민은 대선에서 대통령을 심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좌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상임집행위원장도 자신을 포함한 친 노무현 세력을 페족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권이 참패해 한나라당(이명박)에 정권을 내놓게 된 데 대한 자괴의 탄식일 것이다.

그동안 노 정권 정책 결정을 주도한 참여정부 평가 포럼도 활동 종결을 선언했다. 여권이 다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폐족의 심정으로 치열한 자기반성과 혹독한 담금질이 있어햐 한다.

그 교훈으로 이완용을 보듯 ‘내가 권력을 떠난 뒤 또는 죽은 뒤 내 기사는 어떻게 실리게 될까’를 생각하며 정치를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고운석 <한국복지문학예술인협회 회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