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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순한 쾌락이나 기쁨을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빼놓고 행복을 이야기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우선 행복은 생리적인 욕구의 만족을 포함해서 자신이 소중하다고 추구했던 것을 얻거나 성취했을 때 느끼는 전체적인 만족과 기쁨의 감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성품을 완전하게 실현하면 인간은 최대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가치의 소유나 성취에 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인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가치라고 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보기 때문에 가치가 큰 것이고 따라서 값이 비싼 것이지요.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물질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같은 것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정치학자들이 분류한 가치를 종합하면 이러한 가치는 열 가지인데 그것은 권력, 부(富), 복지(福祉), 사랑, 존경, 청렴(淸廉), 지혜, 기술, 자유, 안전입니다. 이중에서 사랑, 존경, 청렴, 개명과 같은 가치는 정신적 영역에 관련된 가치이며, 권력과 부, 기술과 복지는 수단으로서의 가치이고, 자유와 안전은 그것이 있어야 다른 가치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이를 얻으면 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부를 제일의 가치로 생각하고 돈을 버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는 존경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특별히 유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권력과 돈과 사랑과 자유, 안전 등 모든 가치를 부족하지 않게 지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하나의 가치를 중시하면 다른 가치는 포기하거나 적게 소유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서 사랑, 존경, 청렴, 지혜와 같은 고차적 가치들은 그것들을 얻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그것들은 외부적 조건에 의존하는 가치들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족적인 가치입니다. 그것은 힘의 여유이며, 풍요의 표현이고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동물적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넘어서 저기 에너지의 여유와 풍요로움으로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는 행위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 존경, 청렴, 지혜와 같은 가치들은 그러한 가치들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희열을 전해 줍니다. 권력, 부, 복지, 기술, 자유, 안전과 같은 수단적 가치들을 나눌수록 결핍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가치들은 나눌수록 증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래 성품을 완전히 구현할 때 느끼는 행복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 완전한 인간성의 실현일까 하는 데 대해서는 각 문화마다 상이합니다. 서양에서는 신의 뜻에 완전히 따르는 인간을 이야기해 왔으며, 동양에서는 부처님, 공자님과 같은 성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인들의 가르침은 앞에서 이야기한 가치 중에서 고차원적인 가치 실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리적 욕구의 만족에서 얻는 쾌락에서부터 고차원적인 가치의 소유 또는 실현에서 얻는 기쁨과 희열, 그리고 인간의 완전한 성취에서 얻을 수 있는 법열이 그것입니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