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지역민심이 마치 ‘대공황’에 처한 것처럼 무기력하고 혼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정치를 이끌어가는 중심지역으로 자부하여 왔고, 거의 모든 정치인들 또한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여 마치 어떤 놈 처갓집 드나들듯하던 곳이 우리 지역 아니었던가.

전쟁에서 승패가 다반사이듯이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데 대선에서 한번 패했다고 하여 지역민들이 이처럼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게 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지역민들이 이 지역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 확신과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지역민들이 지난 1960년대 이후 30여 년간 영남 중심의 군사독재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견디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마치 메시아를 기대하듯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임을 상기한다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 지역을 대표하여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진 지역민을 위무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갖게 할 사람이 누구인가. 이론상으로는 두 명의 광역단체장과 중진급 국회의원들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지역민이 얼마나 될까?

물론 학자들의 공허한 주장으로 치부할지 모르겠으나 정치는 자기 자신의 욕망이 달성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얻기 위하여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래의 목적은 사회의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이타적(利他的) 동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이처럼 이타적이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학자들과의 교유 때문에 비교적 전국을 많이 돌아다니는 필자가 보기에 그래도 영남지역에는 나름대로 큰 뜻을 세우고 위민(爲民)의 자세를 지켜가려고 애쓰는 정치인들이 없지 않은것 같다. 정치가 이타적이요, 봉사의 자세로 도모 될 때만이 지역민들 또한 그 정치인에 대해 감동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관계에서만이 그 정치인은 마치 잡목(雜木) 속에 우뚝 솟은 노송(老松)처럼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광주시민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문화중심도시’도 인수위원회에서 조성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말썽 많은 로스쿨 배정에서도 회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조성위원회마저 폐지되면 이명박 정부에서 인적 네트웍이 거의 없는 우리지역의 입장에서 부처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해당부처를 독려하는 일은 어디에서 담당할 것인가.

로스쿨 또한 마찬가지다. 인구가 배에 가깝고 호남 법조의 중심지인 광주에는 1곳을 배정하면서 전북에는 2곳을 배정하고, 인구 50만의 제주에 1곳을 배정하는 것은 호남권을 이간질시키려는 음흉한 간계가 숨어 있음이 분명하다. 거기에 우리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팔짱이나 끼고 있다가 뒤늦게 성명서나 내고 있으니….

물론 그들도 총선을 앞두고 제 코가 석자나 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원들에게 지역민의 박수는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민들은 처음 당선되어 당선사례(當選謝禮)를 하던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자하며, 그러한 정치인만이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결과적으로 재신임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