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얼마 전 청소년 교류를 위해 중국에 간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들이라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어, 한국 학생이나 중국 학생들이 어느 정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학생들이 한자를 쓰면서 필담(筆談)을 나누려고 하면, 우리 학생들은 거의 한자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중, 고.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해도 제대로 대화조차 못하는 현행 영어교육체계는 개선되는 게 마땅하다. 영어 사교육비가 연간 15조원에 달하고, 해마다 3만명 이상이 해외유학을 떠나는 현실에서 영어 교육 강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렬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16년을 공부하고도 영어로 회화를 제대로 못하는 현재의 영어교육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학교 영어교육으론 영어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고액(高額) 영어 과외를 하고 영어 조기 유학이 생겨났다. 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자녀의 영어 실력 격차를 낳고, 그것이 다시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국민이 영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나라와 개인이 차이가 나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외국어 구사능력을 보면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순이다.

한국은 외국어 능력 44위다. 영어를 잘 해야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잘 못이다.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하지만 못 살고 있으며, 일본은 우리보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우리보다 잘 살고 있다.

유럽이 잘 살고 있는 것은 거의 나라가 평준화되었다. 그들의 어순은 영어와 같아 단어를 조금만 알면 배우기 쉽다. 마치 우리가 어순이 같은 일본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정부는 영어 교육의 큰 흐름만 제시해야 한다. 짧은 활동기간에 세세한 방법까지 다 세워 놓으려고 과잉 의욕을 보이는 것은, 마치 영어교육을 토목공사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 몰입 교육이라든가 영어 표기법을 획기적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설익은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것은 문제다. 문제는 현실적 여건이다. 아무리 취지가 옳다 하더라도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어를 잘해야 하고, 한자공부는 물론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요즈음 외래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곳에 외래어를 남발하고, 지나치게 어렵거나 생소한 표현을 쓰는 것은 마땅치 않다.

또 문장 호응이 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과 영어 번역투의 말이 많이 발견된 것 등이다. 우리는 국민의 국어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문해 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2005년 7월 취업 알선 업체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 10명 중 1명에 대해서만 국어능력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제 사회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 2외국어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오직 영어에 몰두만 하고 있다. 일본에 가면 일본어가 필요하고, 태국에 가면 태국어가 필요하다. 중국에 가면 중국어만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투리인 광동어도 필요하다.

일본 동경(東京)에 중국어 가르치는 학원이 있지만, 광동어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세계에 모든 국민이 영어만 잘해서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통역을 하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지식이 없으면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한자(漢字) 교육도 필수적이다. 한자는 동양어이다.

그런데 한자에 소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과 나란히 가기 위해서는 한자를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영어가 제일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