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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지역민들은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실감하고 있다.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지역의 발전과 직결된 중요현안사업들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점쳐지는가 하면, 정치적으로도 지역민의 상실감을 달래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 권력은 선거를 통하여 생산되며 그러할 경우만이 권력은 정통성을 지니게 된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30년간 영남을 중심으로 한 군사독재정권이 권력을 좌우하면서 호남은 민주회복을 위한 거점으로서의 기능을 맡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아직까지도 당시 정권들에 대해 그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그들을 권력의 전면으로부터 몰아내는데 앞장선 호남이 민주화의 중심지역으로 자부심을 지녀온 소이(所以)도 여기에 있다.

어떻든 거의 과반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를 받아 등장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 한국정치는 상당부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주의체제에서 권력의 생성이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때, 지역 인구의 과다(寡多)는 집권 가능성을 비롯한 권력의 양(量)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인구의 감소를 겪고 있는 우리 지역은 항상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이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전남이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정치적 자생력(自生力)을 키우는 일이다. 정치의 기본 요소가 권력이고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해가는 과정에서 경쟁이 필수적임을 감안할 때, 우리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자생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지역의 적은 인구(人口)와 낮은 경쟁력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열악한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가기 위해서는 일당백의 인재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유태인의 인구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발휘하는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것은 그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님으로서 미국 사회의 주류(主流)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부터서라도 우리 지역 인사들이 존경받고, 각계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서로 돕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발전의 의제와 방향을 스스로 개발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어야 하겠다. 민주사회는 활발한 토론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지역에서는 활발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는 수의 시민단체와 각종 포럼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상당수가 이념적 도그마에서 젖어 있거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직된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제는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성이 담보된 포럼이나 시민단체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넷째, 지나친 정치적 편향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과거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우리 지역의 반독재투쟁은 나름의 명분을 지니고 있었고, 역사발전에 기여한 바 크지만 지금의 상황은 지난날과는 적지 않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화가 상당히 도모되었는가 하면 국제화와 평등화처럼 민주화에 못지 않는 또 다른 과제들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실용주의 하에서 지역의 지나친 노선 편향은 지역발전을 도모하는데 적지 않는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민주화는 어느 시대, 어느 정권하에서도 정치가 추구해야 할 불변적 가치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우리들이 견지하고 신장 시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짐’을 비단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누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으며, 그러할 때만이 오히려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주의의 발전이 도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에게 보다 절박한 과제중 하나는 국가권력 뿐만 아니라 , 경제의 특정지역 집중을 억제함으로써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럴 때만이 지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우리는 지역 간 발전의 격차를 이야기할 때마다 흔히 영호남간의 격차를 거론하였고, 지역감정은 곧 영호남의 대립과 갈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왔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 간 격차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문제점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과의 격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하겠다. 참여정부 하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적지 않는 노력이 있었지만 근본적 치유책이 구체화되지 못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실용주의정책 하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지속되느냐, 아니면 퇴보 되느냐는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항인 것이다. 이제 우리지역민들도 민주화와 같은 전국적 관심과 과제 뿐만 아니라 이처럼 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누가 이러한 지역민의 바램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 시켜 줄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왜냐하면 지역민들의 정치적 지향(Political Orientation)및 관심사에도 변화가 초래되어야 하고 이를 통하여 지역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을 때만이 우리의 정치적 활동공간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