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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의미와 종류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그리고 사랑의 예를 통해서 우리는 행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행복이 기본적 욕구의 만족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이라 할 수 없으며 행복은 인간에게 있어서 단순한 결핍의 충족이 아니라 내적 풍요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즉 그것은 일종의 넉넉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결핍과 욕구를 충족하려고만 노력하기 보다는 절제를 통해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식욕에 대해서 말한다면 계속되는 과식은 일시적으로 미각은 만족시킬지 모르나 건강에 해를 가져옵니다. 옛날 연산군이 하루는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당시 수라상을 관장하는 지금 말하면 주방장을 불렀습니다. 대뜸 한다는 이야기가 “내가 보아하니 너는 삼대에 걸쳐 주방장을 해왔는데 앞의 두 분이 오래 살지 못한 것을 보니 네가 음식에 독을 넣었음이 틀림없구나. 바른대로 고하여라.” 하면서 호령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방장은 침작하게 “상감마마, 제가 어찌 거짓을 고하리까. 선왕들께서 단명하셨던 것은 제가 만든 음식에 있지 않고 그 분들의 식사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날짐승을 보면 닭은 모이 주머니를 꽉 채우고 학은 칠 홉밖에 채우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닭은 10년을 못살고 학은 백년을 넘게 장수하는 것입니다.” 하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행복은 어떤 가치를 소유하는데서 오지만 보다 고차적인 행복은 소유보다 베푸는데서 느껴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상품과 소유문화에 젖어있는 우리는 모든 것을 얻는다 가진다고 하며, 그러한 습관으로 인해서 사랑도 행복도 소유하고 얻는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사랑은 얻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그러한 느낌은 무엇인가를 얻고 소유하는데서 보다는 무엇인가 베풀고 자기의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하는데 오는 것입니다. 앞에서 제시한 권력, 부, 복지, 기술, 자유, 안전 등을 아무리 가져도 그것이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역사와 우리 생활주변에서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셋째, 행복은 결코 먼 나라에서 찾거나 과거나 미래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현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인간은 과거를 음미하여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시점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바로 현재인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며 행복은 현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느끼는 시점도 현재이고 현재를 불행하게 느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추구하는 시점도 현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행복의 장소도 먼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어릴 때 읽은 동화 중에 찌르찌르와 미찌르라는 두 아이가 주인공으로 되어 있는 <파랑새를 찾아서> 라는 동화를 기억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파랑새를 찾아 갖은 고생을 하며 다니다가 꿈을 깨어보니 바로 자기 방의 새장에 자기들이 찾아다니던 파랑새가 있었다는 줄거리입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옆에다 두고도 꿈과 같은 미망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며 찾아다니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넷째, 행복이란 타고 날 때부터 복이 많아서 주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노력과 수련에서 얻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사랑의 예술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사랑도 기술이요 예술이지만 인생자체가 하나의 기술이요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력과 행복은 어느 정도 인과응보적(因果應報的)인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행복을 향유할만한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행복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