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며칠 사이 광주지역의 주요언론들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人事)에 대해 하나같이 우려하는 내용의 보도를 싣고 있다. 언론의 보도가 민심(民心)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할 때, 이러한 보도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에 대해 광주?전남지역민들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사실 작년 12월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설 될 때부터 그의 재임기간에 호남지역이 상당히 푸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었던 터이므로, 각종 인사 발표에서 이 지역 출신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하여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지난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각종 인사와 재정 배분과정에서 호남지역이 겪어온 냉대와 소외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만큼 당연시되어 왔고, 이 지역민들에게는 체념을 넘어 하나의 ‘한(恨)’으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한이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고, 참여정부 등장의 배경지(背景地)가 되게 하였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등장과 함께 실로 오랜만에 이 지역출신들도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권력의 핵심에 앉아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온 권력의 기회는 “자리는 많아도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어중이 떠중이들도 한자리씩 차지한 웃지 못한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또한 호남지역민들에게 국가통치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봉쇄해 온 박정희 아류(亞類)들의 책임 아니겠는가.

어떻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더니, 호남의 권력 잔치는 정확히 10년 만에 끝이 나게 되었고, 또 다시 권력은 경상도 영일만 출신의 ‘현대건설맨’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필자는 평소 진보 쪽에서 한 10년간 정권을 잡았으니, 다시 보수 쪽으로 권력이 옮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왜냐하면 10년의 세월동안 어쭙잖은 진보 쪽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였고, 이제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선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지난날 지역적으로 경상도, 이념적으로 보수쪽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며 범한 과오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다시는 그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을 사람들이여야 한다는 것 말이다.

크든 적든 하나의 국가(國家)가 운영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의 화합(和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통하여 ‘국민통합(國民統合)’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화합하여 일체감(一?感)을 지닐 때 조그마한 이스라엘이 거대 아랍국가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중동전쟁에서 목격하였다.

그리 크지 않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히 우리나라는 상당히 뿌리 깊은 지역대립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것이 어느 때는 지역감정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를 목격하여 왔다. 따라서 그동안의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지금,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다시 세계의 1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단결과 화합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외계층 등 약자(弱者)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경제적 1등 국가를 위해서는 ‘나눠먹기’가 아닌 능력위주의 인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조금만 크게 보면 얼마든지 중용(中庸)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년의 집권기간에 국민통합을 이루어낼 것인가, 아니면 다시 구시대적 지역갈등구조를 재현시킬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명박 당선인에게 달려 있다고 하겠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