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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1/2~1/3밖에 안되는 국민소득에서 기름값의 부담이 너무 크다. 현재 한국의 원유연간수입량이 8억7천만 배럴로 에너지 자급율이 3%에 불과한 실정이니 국제유가 110달러 시대에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정유사와 정부는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처럼 원유가 나오지 않는 일본의 기름값이 ℓ당 1,2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도 750원 수준을 지켜가고 있다. 한국만이 국민소득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기름값을 지불한다. 주유소마다 자율가격을 고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담합하여 1,6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더욱 황당한 일은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으나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에 자랑을 앞세울 수도 없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고유가에 연동해 기름값을 올려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이익의 상당 부분은 수출로 올린 것이며, 주유소에서 마진을 붙이면서 가격이 더 올라간 때문이라고 주유소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가 2007년 7월30일 발표한 ‘월간 단위의 정유가 실제 판매가격 조사 및 공표’에 따르면, 6월 공식 공장도 가격은 정유사들이 대리점과 주유소에 넘긴 휘발유 실제 가격보다 약 40원 정도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사들의 보고에 의존한 집계만으로도 공식 공장도 가격의 거품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거품이 이것뿐인가 이다.

산자부는 지금까지 기름값은 국제유가에 연동되어 결정되며 기름값 폭등의 주원인은 세금 때문이라고 변명해 왔다. 그러나 연간 1조원이 넘는 정유사들의 폭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내 정유업체는 거의 전부 국제원유자본의 직간접적인 지배하에 있다. 현대와 S-오일은 경영권 자체가 아랍의 원유자본이 갖고 있고, GS칼텍스는 쉐브론 측이 50%를, SK도 일정한 지분을 원유자본이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석유시장은 국제원유자본의 황금시장이다.

원유도입은 대개 일년 전이나 반년 전에 도입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은 최소 6개월이나 일년이 지나야 국제유가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니까 바로 국내 기름값이 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솟기만 하고 꺼질 줄 모르는 기름값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될까? 단지 국제원유자본의 직간접적인 지배하에 있는 정유사들이 제출한 원가서류만 보고, 지금까지는 당국이 알아서 결정하고 있었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국내정유사들의 원유도입가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짜리의 원유를 도입해 얼마의 정제비용, 유통 등 원가가 들어가서 국내소비자가격이 정해지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원유 도입과정과 정유과정의 원가를 줄이는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정유사들마다 외국계 본사의 비싼 촉매제를 사용하도록 약정된 촉매제만 국산제품으로 개발해도 연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한국의 1/4 가격대 제품을 이미 2002년부터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석유사업법 23조에는 명백하게 가격의 등락이 심할 때 지식경제부장관은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지금이라도 유가심사위원회를 지식경제부산하에 두고 정유사, 정부, 소비자와 주유소대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유사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되 지나친 국민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상집 <참여자치21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