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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내음 향긋한 굴은 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영양가가 높아지고 맛과 향이 최고조에 이른다. 굴을 입에 넣고 껍질에 있는 찬 굴물을 마시면 짭짜름하면서 비릿한 금속성의 냄새가 입안 가득 퍼진다.

“ 찬 굴물을 마시고 와인으로 씻겨 내릴 때, 허무한 느낌은 사라지고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헤밍웨이의 소설의 한 구절이라고만 기억하는 이 글은 굴을 볼 때면 떠오른다.

굴은 세계 곳곳에서 나며 종류가 80여 종에 이른다. 고대 로마인들이 먹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95년경 첫 양식이 이뤄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5세기 초 중국 송나라에서 대나무에 굴을 끼워 양식한 것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15세기 중반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본격적인 굴 양식은 1897년 원산만 부근 바다에서 이뤄졌다.

굴은 어패류 중에서 여러 가지 영양소를 이상적으로 갖고 있어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식품이다. 콜레스테롤치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며, 철분과 구리가 풍부해 빈혈치료에도 좋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칼슘, 철분, 아연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의 보고’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밖에도 간장병 후의 체력회복, 불면증, 신경쇠약, 혈압안정에도 효과가 있다. 당뇨병환자의 필수식품으로 혈액정화작용과 타우린으로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혈당을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동의보감」에는 ‘굴은 바다에서 나는 음식 중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기롭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굴에 들어있는 DHA나 EPA 등은 혈전 생성을 억제해 고혈압과 뇌중풍,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좋다.

에로틱한 음식을 꼽으라고 할 때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에 거론되는 드문 식푼이 굴이다. 카사노바는 하루 네 차레, 한번에 12개씩 굴을 먹었다. 발자크는 한꺼번에 무려 1444개나 먹어치웠다. 나폴레옹은 치열한 전투현장에서도 식탁에 굴이 올라야 비로소 식사를 했다고 한다. 대문호 발자크 역시 ‘굴 마니아’였고, 독일의 ‘철학재상’ 비스마르크도 한 자리에서 175개의 굴을 먹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굴은 예로부터 최고의 ‘천연 정력제’와 다산(多産)의 열쇠로 각광을 받았다. 서양에서는 굴을 정력제로 여겨 굴을 먹으면 섹스를 길게 할 수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굴은 미끌미끌한 점액질로 젖어 있으며 비릿한 바닷내음이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굴은 자연계에서 아연이 가장 많은 식품으로 아연이 10㎎이나 들어 있다. 달걀보다 30배나 많은 약이다. 아연이 부족하면 남성의 생식선은 수축되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테론과 정자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여 불임이나 성불구가 된다. 굴에 있는 글리코겐은 에너지원이고 아연은 정액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이다. 따라서 굴을 먹으면 에너지가 넘치고 남성호르몬이 활성화되면서 섹스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미국 뉴욕대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정자가 부족한 남성에게 굴과 비타민C를 두 달 동안 먹였더니 정자 수가 60%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고대 유대인 등 금욕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굴은 금기 식품이었다. 과학적인 설명이 없는 몇 백년 동안 최음제로 알려져 온 것은 아마도 굴이 남성의 고환과 닮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굴은 예로부터 ‘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말라’는 속담이 있으며 서양에서는 ‘ 알파벳의 R자가 없는 달, 즉 5 ～8 월에는 먹지말라’고 했다. 5 ～8월에는 산란기이기도 하지만 ‘ 베네르빈’ 이란 독성분이 나와 식중독의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족마다 먹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디서나 신선한 것은 날로 먹는다. 굴은 날것으로 먹어야 독특한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굴은 레몬즙을 곁들이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산뜻한 맛을 주는 효과뿐 아니라 부패세균의 번식 억제와 살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레몬의 신맛인 구연산이 굴에 함유돼 있는 철분과 결합해 흡수가 잘 되는 구연산 철분으로 변한다. 또 신맛이 첨가되면서 굴이 상큼해진다.

굴을 씻을 때 맹물에 마구 흔들어 씻으면 수용성 영양분과 단맛이 다 빠져나가 맹숭맹숭한 맛이 된다. 소쿠리 등에 담아 굴 깍지나 잡티를 골라내고 소금물에 넣어 살살 휘저어 씻어야한다. 날로 먹기 위해 씻을 때는 무즙에 넣고 섞듯이 휘저으면 회로 먹기에 좋도록 깨끗해진다. 굴은 수분이 70%를 차지하므로 너무 많이 가열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단단해져 맛이 없어진다. 어떤 요리에나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히는 것이 좋다.

바닷 속에서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한 굴은 바위에 붙어살기 때문에 석화(石花)라고도 한다. 억센 해류와 조류에 부대끼며 기(氣)를 축적한 식품이기에 조기, 준치와 함께 궁중의 특등식품이었다. 왕의 사위를 위한 상차림에 절대로 빠지면 안되는 식품이 돌굴회와 굴무밥이었다. 굴은 남성 스테미나의 원천으로 대접받은 것이다.

바다의 정기와 바위의 정기를 듬뿍 흡수한 스테미너 식품인 굴을 영조대왕은 여자들은 못 먹게했다 한다. ‘음심(淫心)이 동한다’는 이유였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