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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할것없이 정치적 집단은 인간의 육체와 마찬가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하며, 그 자체 속에 자멸의 요인을 지니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치적 집단은 양심을 깔고 앉기도 하고 범보다 사나운 짓도 한다.

한데 백성은 눈물을 닦아주고 잘살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선거날 투표장에 나가 투표를 한다. 하니 유권자는 속고 후보자는 선거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과거 로마에서는 공무원도 선거를 통해서 뽑고 부패했다고 기록됐다.

‘군주론’을 쓴 현실주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도 정작 자신의 선거는 쉽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1527년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이 추방되자, 마키아벨리는 그해 6월 초 내정과 군사를 담당하는 공화국 제2서기관장에 입후보한다. 6월 10일 선거에서 그에게 찬성의 뜻으로 흰 강낭콩을 던진 의원은 출석 의원 567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55명은 반대를 뜻하는 검은 강낭콩을 던졌다. 메디치 아래서 돈을 받고 일을 했다는 과거 경력이 문제가 된 탓이다.

젊은 시절 이미 제2서기관장을 지냈던 마키아벨리는 충격이 컸다. 집에서 칩거하다 쓰러져 선거 뒤 열흘여 만인 6월 21일 쉰여덟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낙선이 원인이라는게 정설이다. 마키아벨리가 아니라도 선거에서 이기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온갖 노력과 꾀에 권모술수까지 동원된다.

그러다보니 마키아벨리보다 더 마키아벨리 같은 정치꾼들이 나오게 되고, 이들을 꾸짖고 비꼬는 말도 만들어졌다.

‘사쿠라’는 유세장이나 극장 야바위판 등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바람을 잡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원래 말뜻은 벚꽃이지만, ‘사쿠라니쿠’ 곧 벚꽃처럼 분홍색을 띠는 구마모토의 말고기를 쇠고기에 슬쩍 섞어 판 데서 비롯된 속어이다. 겉으론 야당 행세를 하지만 숨어선 여당 노릇을 하거나, 주관없이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의 어제와 오늘 자주봤던 모습들이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오늘날 현대 정치를 능가했다. 요즘 보는 TV 드라마 이산에서 보듯, 영조-사도세자-정조시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단종 복위 기도사건인 사육신(死六臣) 생육신(生六臣)의 면면을 보면, 정도와 충성심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시습(1435~1493)의 문집인 ‘매월당집’ 유적수보에는 “삼각산에서 공부하던 김시습이 단종의 손위(遜位) 소식을 듣자 문을 닫고 나오지 않은지 3일만에 크게 통곡하면서 책을 불태워버리고 미친 듯 더러운 곳간에 빠졌다가 그곳에서 도망하여 승려가 되고 여러 번 그 호를 바꾸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남효온의 ‘육신전’에 실린 ‘성삼문·하위지·박팽년·유응부·이개·유성원’은 정조 15년(1791)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 배식단을 세울 때 육신(六臣)으로 추향됨으로써 국가의 공인을 받았다. 또한 ‘남효온·김시습·이맹전·조여·원호·성담수’ 등 ‘세상에서 말하는 생육신’도 동시에 장릉에 추향되었다.

사육신은 죽음으로 세조에게 항거한 충신들이고 생육신은 벼슬을 버리거나 과거를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버리며 부당한 세상에 맞섰던 충신들이다. 지금처럼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계와 박근혜 전 대표계의 수장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18대 총선에선 살았던 친이계 수장은 죽고, 죽었던 친박계 수장은 살아돌아왔다. 박 전 대표의 말대로다. 박지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목포에서 분풀이 했다. 이인제는 ‘철새는 날아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허나 이는 국민이 살려준 것이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