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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잡지사가 발매한 815호(6월7일자) 광주, 전남도민을 상대로 '누가 광주. 전남을 움직이는가' 라는 여론조사를 한 여론조사 기관에 조사해서 발표한 문제가 지방 언론계에서 반발과 함께 법적인 문제까지 비화할 움직이다. 본보는 이러한 기사를 모아 언론사들이 보도한 내용을 편집 없이 소개한다.(편집자)

■ 시사저널‘누가 광주·전남을 움직이는가’의 허구

표본 선정과정 투명성 의문 ‘영향력’모호한 표현 혼란

오차범위 5%대 수치로 순위 필수적인 설문지 공개 생략

최근 국내 주간잡지인 시사저널에서 공표한 ‘누가 광주·전남을 움직이는가’라는 여론조사가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속칭 광주·전남 지역사회의 저명인사로 불리는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마치 300만 시·도민의 전체 의견인양 호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내 일부 언론에서는 이 조사결과를 악용, 자사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일부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으로 과대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일 지역대학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사저널은 최근 발매한 제815호(6월7일자) 커버스토리에 ‘누가 광주·전남을 움직이는가’라는 기획기사를 20면에 거쳐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시사저널'측은 “지방자치 1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이번 조사는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행정관료와 교수 등 10개 분야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취재와 분석을 곁들이는 방법으로 지면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는 국내 유명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3일 전화조사를 통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등 10여개 항목에서 진행됐으며, 그 결과는 지난달 30일 지면을 통해 공표 됐다.

그러나 대학에서 사회조사기법을 전공한 교수들은 이번 시사저널의 여론조사는 조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표본크기와 표본추출방법, 표본오차, 신뢰수준 등에서 상당한 오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지적은 이번 결과가 광주·전남 시도민 전체의 의견을 묻는 정식 여론조사가 아닌 단순히 잡지사 내부에서 전문가라고 칭하는 500명의 의사표현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마치 전체 여론인양 이용된다는 데 있다. 즉 이들의 의견을 시·도민의 일반적인 생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가 정식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샘플링에 있어 임의 표집으로 이뤄진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설문대상자인 표본선정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언급이 없어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현 광주·전남 지역내 30여개 대학에 재직중인 3천여명의 교수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 표본으로 추출된 50명은 과연 어떻게 선정했는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어느 부분에도 명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소 표본오차범위내에 해당될 것으로 짐작되는 득표율을 놓고 순위를 따질 수 있느냐도 이번 조사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한 예로 꼽힌다.

이밖에 여론조사 공표에서 필수적인 설문지를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게재하지 않았고, 특히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을 가지고 ‘영향력’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박모 교수(43)는 “이같은 공신력 없는 여론조사가 성행하면서 요즘 국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믿음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과공표에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도일보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

■허점 투성 여론조사 혼란‘부채질’

시사저널 조사방법 문제점 집중분석

'인지도’가‘영향력’으로 변질…신뢰성 없어

시사저널이 자체 지면을 통해 공표한 ‘누가 광주·전남을 움직이는가’ 조사는 ‘영향력’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빌어 몇몇의 의견을 마치 지역의 주요 여론으로 과대 포장하는 우를 범했다. 단지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높다는‘말장난’으로 그럴싸하게 바꿔치기 된 것이다.

이번 설문 참여자들은 “영향력이 아닌 단지 귀에 익은 인물이나 기업, 언론매체 등을 자연스럽게 답변으로 제시했으나 결과는 '인지도’가 ‘영향력’으로 변질됐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주최측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취했다는 주관식 개방형 질문도 이 같은 결과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미디어리서치는 공식 여론조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이 임의 추출한 일부 특정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조사여서 정식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샘플링 방식을 임의 표집으로 취했다. 전체 시·도민 의견을 묻고 싶다면 무작위 샘플링을 실시해야 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공표에서 필수적으로 적시해야 하는 신뢰도와 표본오차 등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곳곳에서 노출됐다.

우선 설문대상자인 표본선정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언급이 없어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이 남는다.

일례로 현 광주·전남 지역 내 30여개 대학에 재직중인 3천 여명의 교수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 표본으로 추출된 50명은 과연 어떻게 선택했는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달지 않았다. 샘플링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조사결과는 달라진다. 그 표본이 대표성을 갖느냐 또한 조사의 중요한 관건이다.

최소 표본 오차 범위내에 해당될 것으로 짐작되는 득표율을 놓고 순위를 따질 수 있느냐 도 조사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은?’이라는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전 국회의원 A씨를 1위로 꼽았다. 하지만 1위를 차지한 A씨는 4.2%를 얻는데 그쳤다. 이어 2위는 3.6%, 3위는 2.0% 등이다.

하지만 응답자 500명 가운데 득표율 4.2%의 조사결과를 놓고 당사자를 1위라고 부를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각각의 여론조사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 같은 수치는 기본적인 표본오차 정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표본오차 범위 내에 해당하는 수치를 결과로 공표 했다는 것은 조사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오류는 ‘가장 영향력 있는 NGO지도자는?’ 항목과 ‘가장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인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은?’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응답자 500명 가운데 4∼5%대인 20여명의 지지답변을 가지고 등수를 매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여론조사 공표에서 필수적인 설문지를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남도일보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

■'광주전남 언론영향력 1위'

광주일보 보도 법정비화 조짐

시사저널이 최근 발간한 6월 7일자(815호)의 “지자체 10년 특별여론조사 누가 광주전남을 움직이는가”라는 특집기사가 조용했던 광주전남지역 정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남도일보(광주타임스) 고위간부는 “주간지 시사저널과 미디어 리서치의 설문조사 발표와 관련, 모든 자료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존신청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광주일보의 5월 31일자 1면 5단 통 광고와 관련해 “명예훼손혐의로 고발조치하기로 하고 자료준비와 법적인 준비를 하고 있으며 시사저널의 설문조사결과를 분석해 잘못된 점을 기사화 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의 설문조사 내용이 객관성 시비를 넘어 남도일보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광주지역 언론사간 법적 다툼으로 파문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역일간지 "법원에 증거보존신청 심각하게 검토 중" 법정비화 조짐

시사저널은 이에 앞서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0개 분야별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커버스토리에서부터 무려 14페이지에 걸쳐 보도했다.

문제는 광주일보가 시사저널 보도를 인용하여 5월 30일자 1면 톱을 비롯해 2면과 3면 등 거의 3개 면을 도배하다시피 대서특필하자 다른 대부분의 언론들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광주일보는 인용 보도를 통해 “가장 영향력 있는 광주전남 언론매체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6.8%가 광주일보를 꼽았다. 광주일보는 특히 (조중동 등) 중앙언론매체까지 포함한 별도 항목의 조사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인정받았다”는 내용을 쓰면서 고딕체 50포인트 정도 크기로 제목을 “집단은 민주당, 기업은 기아차, 언론은 광주일보”라고 뽑았다.

이어 “광주일보의 영향력은 지역 언론매체 조사에서 20위권 안에 든 다른 7개 지역 종합일간지가 얻은 비율의 총합 33.4%보다 휠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다음날인 5월31일자 1면 5단통 컬러 광고를 통해 “광주일보, 최고 영향력 매체”라는 제목과 함게 그래프를 통해 시사저널이 발표한 영향력 1위부터 10위까지 언론사를 실었다.

당연히 2위에서 10위로 발표된 언론사들은 “자기들 홍보하는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다른 언론사명을 이니셜도 아닌 실명으로 명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은 물론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특히 광주일보 보도에 발끈하고 나선 다른 언론사들은 “자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도 아니고 다른 주간지에서 쓴 기사를 어떻게 자사 지면 3개면에 걸쳐 도배할 수 있는가에 대해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 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다음으로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영향력 조사에서 2위 이하로 밀려난 지방일간지들은 나름대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분을 삭이지 못했고 남도일도 외에도 일부 언론사는 시사저널과 광주일보에 대해 고강도의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도 일선 기자들의 정보보고를 통해 들어온다.

▶지방언론육성법 따라 예산지원 선별,

지방언론사들 각축전 더욱 예민

광주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5월 9일부터 닷새동안 광주전남지역 10개분야 전문가 500명(행정관료 51명 교수 50명 언론인 50명 법조인 50명 정치인 50명 기업인 51명 금융인 50명 사회단체 인사 48명 문화예술인 50명 종교인 5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 조사를 했다고 한 대목이다.

도대체 그 전문가라는 “표본집단 자료의 선정 근거와 기준은 뭐고 누가 정했고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했느냐”이다. '영향력'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영향력이라는 것은 “좋든 싫든 언론사의 판매부수나 시청률, 청취율 등이 가장 우선되야 하고 다음으로 재정규모, 공정성, 신뢰성, 성역없는 보도 등도 재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나 시민단체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일을 난데없는 순위 매기기를 해서 어쩌 자는거냐, 오히려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실 광주전남지역에만 10여개 지방일간지가 난립해 있고 지방언론육성법에 따라 예산지원을 선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언론사들의 각축전은 더욱 예민하고 뜨거운 것 같다.

정리 - 최재승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