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영국과 유럽대륙 사이에 벌어진 광우병 파동은 오늘날 광우병 관련 규제의 기준이 되었다. 반추동물에 동물사료를 금지하고 광우병 의심소의 뇌부검과 소각을 의무화할 뿐 아니라, 우유 치즈 등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에 쓰이는 축산가공품까지도 유통을 금지하였다. 그리고 이는 마침내 미국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전쟁으로 비화된다.

원래 미국은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자랑해왔다. 1984년 유럽공동체가 반핵평화운동의 성과로 환경법을 통과시켰는데, 과거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즉 미국소에 다량 사용되는 발암물질인 DES(증체주사제)를 금지하자 곧바로 사슬을 하나 덧붙인 유사약물이 사용되었고, 이를 규제하면 또다시 사슬을 덧붙인 유사약물이 계속 사용되었기 때문에, 아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 규제로 인해 미국쇠고기는 물론 모든 축산가공품이 유럽으로 수출이 금지되자, 미국은 유럽공동체가 쇠고기 수입금지를 취소하도록 WTO에 제소해 놓은 상태였다.

전 유럽이 광우병 공포에 휩싸이자 미국은 광우병이 없는 청정국가임을 자부하면서, 유럽과 캐나다의 쇠고기 제품을 철저하게 공격했다. 미국은 과감하게 반입과 수입을 금지하였고, 우유나 치즈를 통해서도 광우병이 전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였다. 이는 유럽산에 비해 미국산 유제품에게 큰 경쟁력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특히 이때 일본정부는 소와 관련된 유럽산 화장품, 의약품들까지 금수하는 조치를 취한다. 당시 유럽에서 엄청나게 수입되는 화장품을 일거에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방책이었기 때문에, 일본농민은 물론 화장품 회사들도 이러한 조치를 환영하였다.

그러자 유럽은 일제히 일본을 비난했다. 이미 1995년부터 영국산 육골분 350만톤을 수입해 동물사료로 먹였는데, 광우병 의심소(기립불능소)에 대해 부검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2001년 9월 일본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자 일본열도는 공포에 휩싸인다. 일본정부는 일본소의 안전을 보증하기 위해 모든 소의 광우병검사를 의무화하는 전수조사라는 강경조치를 취한다.

2003년 12월 24일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소를 키우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다. 세계에서 미국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일본은 즉시 수입을 중단했다. 우리나라도 검역일정을 미루다 광우병임이 최종 확인된 후 수입을 금지한다. 미국 소값은 5일만에 20%나 폭락했고, 쇠고기 수출가공업체들은 도산할 위기에 처한다.

선거를 앞둔 텍사스 카우보이 부시 대통령은 축산업자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늘리는 한편, 2004년 5월 2MB처럼 고이즈미 수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여 쇠고기 수입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일본축산농가들의 반발로 고이즈미는 결국 개망신만 당한다. 상원의원들과 라이스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무역제재와 미일동맹체계를 무기로 협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광우병은 원인물질인 프리온을 제거하기 위해 동물사료를 금지하고 전수조사나 광우병 의심소의 부검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더 이상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아닌 것이다. 미국은 자국농민을 살리기 위해 광우병 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상집<전 참여자치21대표. 정보센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