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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집권 3개월도 되지 못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 느낌이다.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 하여 새롭게 집권한 정부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실정(失政)이 있더라도 관대한 시각으로 대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할 때, 최근의 사태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층의 권력구조를 정하는 인물 충원과정에서부터 국민의 정서 및 시대적 조류를 외면한 채, 이른바 ‘강부자’논쟁을 야기 시키면서 비롯된 위기가 물가상승으로 증폭 되더니 급기야는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위기는 초기의 인사파동을 제외하고는 그 대부분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내부에서 비롯 되었다기 보다는 외부적 요인에서 파생된 것이라는데 특징이 있고, 또 하나는 그들 대부분이 국민들의 생계와 밀접 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하겠다.

사실 근대에 들어온 이후 국가론에서는 최상의 정부는 ‘최소의 정부’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 왔고,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삶을 구속할 위험이 있다고 하여 경계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되고 빈부의 격차가 증대되면서 오히려 국가의 기능은 확대되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 국가는 그 구성원의 모든 삶을 책임지는 무한책임국가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복지국가의 추세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옛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류독감 사태를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이며, 석유 값의 폭등이 촉발시킨 물가 상승을 정부인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대통령은 고사하고 시장 ?군수에도 적합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삶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17대 대선에서 국민들이 당시의 집권세력에 등을 돌리고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는 부차적인 것이고, 주요하게는 당시의 집권세력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효과적으로 도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경제만은 확실하게 살려 놓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경제적 요인으로 부대끼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떻든 지금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발 앞에 떨어진 불을 끄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류독감 때문에 문 닫기 일보직전까지 몰린 삼계탕과 오리탕 집을 어떻게 할 것이며, 광우병 파동으로 매출이 평소의 10%대로 떨어진 식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민생정책도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싸고 전개된 논란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 바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 더 나아가서는 적어도 우리 정부가 내린 결정은 우리들이 믿어도 좋을 것이라는 신뢰감이 선행되어야 조류독감에 멍든 양축농가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허탈해 하는 축산농가의 분노를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노파심이지만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누군가 사주 했을 것이며, 그 사람들만 찾아내 처벌하면 될 것이라거나 박근혜 전대표와의 협력관계 복원을 통하여 18대 국회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하면 사태는 진정될 것이라는 상황인식에 집착한다면 결코 역사에 남는 대통령으로 기록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정치의 요체는 ‘足食足兵’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새기고 민생에 매달려 주기 바란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