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5,16군사쿠데타로 중단되었던 지방자치가 회복되어 우리 손으로 단체장을 뽑기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고, 그 사이 우리는 네 번에 걸쳐 단체장선거를 치룬 바 있다.

그토록 열망했던 지방자치이건만, 막상 우리 손으로 시장, 군수와 지방의원을 선거해보니 적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시행 초기에 우리들이 느껴야했던 고민은 지방이 지니고 있는 인적 자원의 한계였다. 특히 시골 농촌지역의 경우 인구의 역외 유출로 말미암아 지방자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의원들이 집행부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유래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민선 4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단체장은 물론이거니와 의원들 또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몰리면서 지방 의정이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단체장의 도덕적 해이는 지방자치의 존재 의의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지방자치 무용론을 끊임없이 제기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경우 최근에만도 영광군수가 뇌물수수혐의로 그 형이 확정되어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는가 하면, 담양군수 또한 인사와 관련된 금품수수로 구속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흔히 단체장을 그 지역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지 않다. 부단체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거머쥐고 있으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수단이 좋은 단체장의 경우 의회와 지방언론을 적당히 요리하면 아무런 제재도 받음이 없이 그 권한을 무소불위로 행사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대통령 못지 않는 자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단체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심지어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인사가 기초단체장에 취임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게 되었다. 물론 목민관(牧民官)으로서 지역 주민과 직접 접촉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장의 존재가치는 그 어느 자리에 비하여 낮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단체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 모두가 ‘멸사봉공’의 희생정신과 지역발전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천하의 부패분자도 있을 수 있고, 망나니도 있을 수 있으며 파렴치한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지역의 단체장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인 것이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잘못으로 인한 폐해가 그대로 지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행정공백이 초래할 지역발전의 후퇴는 말할 것도 없고, 재?보궐선거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 피해 또한 지역민들이 감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에서 그 청렴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더 이상 단체장의 부패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단체장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사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한 역할을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조그마한 오히려 조그마한 부패일지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림으로써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워야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길만이 우리의 지방자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