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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법을 지키고 정직과 공평하면 최선의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성실과 청렴은 이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하여 청백리는 그 시대의 운명을 상징한다.

청백리가 많이 배출되던 시기에는 나라가 흥했고, 나오지 않았던 때는 나라가 기울었던 것을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가 있다.

청백리는 바로 그 사회의 생수였던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백리가 갖는 청심(淸心)은 공적으로는 나라의 기틀이며 사적으로는 인생의 지극한 영광이라고 했다.

또 청렴한 공직자의 의무이며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고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공직자가 될수는 절대로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청렴한 관리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그가 지나치는 곳이 어디든 환하게 밝아지기 때문이다.

무등산 자락에 마음을 쉬고 풍광이 수려한 길목에 누정을 지어 ‘계산풍류’를 즐겼던 이 지역 선배들의 꼿꼿함과 청백리는 조선왕조 5백년을 통틀어 으뜸이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면앙정·식영정·소쇄원·송강정을 찾는 후배들의 가슴을 활짝 열리게 하고 그 빛이 오늘에 뻗치고 있다.

조선 중기… 혼란을 거듭하는 정치와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자연을 벗삼아 글을 썼던 이곳엔 호남가단이 형성되어 송순을 비롯 임억령·김성원·정철 등이 주름을 잡은 곳이다.

이 커다란 산들의 한세대 앞선 인물로 송순·임억령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호남가단 형성의 받침목이 된 이가 있으니 눌재 박상(1474~1530)이다.

청렴 강직한 성품, 행동하는 선비로 당시 이 지역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는 1505년이던가 전라도사가 되어 나주에 부임하였다.

한데 하루아침에 연산군 장인이 된 천민 우부리가 부녀자를 겁탈하고 남의 농토 빼앗기를 밥먹듯 한다는 보고를 받는다. 눌재는 크게 근심을 하다 나주 금성관으로 우부리를 불러 장살하니 백성들이 기뻐 춤을 추었다. 눌재가 우부리를 살해한 것은 관직과 물욕, 권세에 주저함 없는 내덕의 선비정신이다. 이 일은 널리 알려져 중종 10년 1515년 담양부사로 있을 때 왕으로부터 청백리로 뽑혀 표창장을 받고 비단을 하사 받았다.

한데 이런 고장에서 이정섭 담양군수가 인사청탁 대가 및 관급자재 계약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이 되고, 앞서 형님과 아들까지 구속되었다. 민선시대이면서도 공직자 비리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민선 4기 2년동안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직무상 문제로 군수직이 상실됐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전남지역 자치단장이 22개 시·군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나 된다. 유두석(장성), 전형준(화순), 김인규(장흥), 고길호(신안) 전 군수 등 4명은 선거법 위반으로, 박희연(해남), 강종만(영광) 전 군수 등 2명은 뇌물수수 혐의로 이미 중도하차했다.

영농조합의 축사를 부정하게 매각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조형래 곡성군수와 자격이 없는 화훼업자에게 거액의 국가보조금을 지급한 혐의(특가법상 배임)로 기소된 신정훈 나주시장은 재판에 계류 중이다.

이 군수를 포함해 이 가운데 1~2명도 낙마할 것으로 보인다. 청백리는 그 사회의 생수라는데, 청백리의 고장이 이렇게 썩었으니 국민들의 삶이 오직하겠는가.

단체장이 비리로 구속되면 해당지역은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

행정공백은 물론이고 예산 확보를 위해 힘을 쓸 수 없다.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주민들 혈세를 낭비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고통을 준다. 주민간의 분열도 심각해진다. 청렴강직한 눌재같은 공직자가 더더욱 기리워진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