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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 낙지 | 뻘 속에서 건진 인삼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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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동의보감>에서 ‘소팔초어( 小八 梢魚 )란 이름으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이면 금방 힘을 얻는다’고 소개한 것을 봐도 그 영양이 단적으로 설명된다.
낙지는 지방질, 당질이 적은 반면 단백질이 풍부하다. 낙지나 문어 등의 연체동물은 고단백식품으로 근육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다. 흔히 낙지나 오징어에 콜레스테롤이 많아 걱정을 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타우린이라는 특수성분이 들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우린은 독특한 맛을 낼뿐 아니라 동맥경화증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고, 간의 작용을 돕고 남성 스테미나 증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력보호와 빈혈에도 효과가 있으며 뇌의 각종 질환이나 치매 등도 예방한다.
피를 보충하는 비타민 B12, 철분을 함유고 있어 여성의 빈혈, 폐경기에 동반하는 갱년기 장애에 특효다. 최근에는 낙지나 오징어의 먹물에 항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몸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체내의 단백질은 더 많이 소모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양질의 단백질 섭취는 건강을 위한 스테미너원으로 필수적이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성호르몬의 분비도 줄어드는데 따라서 단백질이 모자라는 식사를 하면 스트레스와 섹스에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성력(性力)을 돕는 타우린의 성질을 이용하여 냉감증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다. 쩍쩍 들어붙는 낙지발에서 사랑의 묘약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지는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연체류 중 가장 좋아 매우 인기 있는 식품이다. 살이 두텁고 싱싱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고 큰 것보다 중간 크기가 맛있다. ’ 발이 가는(細)‘ 세발낙지는 무안을 비롯하여 목포, 영암의 연근해에서 주로 잡힌다. 낙지하면 역시 무안 개펄의 세발낙지가 으뜸이다. 세발낙지는 손으로 잘 훑어 살아있는 채로 자른다. 잘라놓은 낙지는 접시에서 꿈틀거리면서 접시 밖으로 기어 나가는데 이 낙지를 한 젓가락 집어 기름소금을 묻혀 입안에 넣으면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다. 발이 가늘어 부드럽고 쫄깃쫄깃 하고 씹을수록 들큰한 맛이 일품이다.
무안 기절낙지는 한 번 맛본 사람이면 잊을 수 없다는 진미다. 산낙지를 대소쿠리에 비벼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초장에 찍어 먹는 ’기절낙지‘는 낙지를 민물에 씻을 때 잠깐 기절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지를 손질 할 때는 낙지 머리 가운데에 길게 칼집을 넣어 둥근 공 모양의 내장과 먹물 주머니를 제거한다. 가위로 눈을 도려내고 다리 안쪽의 빨판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빼낸다. 그런 다음 소금을 듬뿍 뿌려 진이 나도록 바락바락 주물러 씻는다. 다리 표면에 붙어 있는 흡판 안에 바닷속의 이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깨끗하게 손질한 후 조리한다.
조선시대의 연중행사와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0월조>에 추위를 막는 시절음식으로 낙지전골이 기록되어 있는 겨울철 절식이기도 하다. 값비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 서민층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영양가 높은 요리였다. 낙지요리는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려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살짝 익히는 것이 비결이다.
전라도는 낙지로 만든 향토음식이 많다. 담백한 연포탕, 입안이 얼얼하도록 맵지만 입맛을 확 돋구는 낙지볶음, 낙지에 갈비를 넣은 갈낙탕, 낙지에 인삼을 넣은 낙삼탕. 그뿐인가. 나무꼬치에 둘둘 말아 짚불에 구운 낙지호롱, 초장에 찍어먹는 기절낙지, 낙지수제비 등이 있다. ‘ 뻘 속에서 건진 인삼’ 이라는 낙지요리를 골라먹는 재미는 쫄깃쫄깃해 입이 즐겁고 더불어 삶에 활기를 더해줄 것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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