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즘 우리 지역에서 발간되는 신문을 펼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비판적 내용인 것 같다.

지난 1990년대초 그동안 중단되었던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우리 손으로 지방의원들을 선출하게 되면서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기쁨과 기대에 비교하여 볼 때 작금에 이르러 지방의회가 보여준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기는 커녕 실망감을 안겨줌으로써 끊임없이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지 않나 싶다.

물론 일부 의원들의 실망스러운 행태 때문에 어렵게 회복한 지방의회가 폐지되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작금의 사태처럼 의장 선출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감투싸움과 불필요한 해외여행 등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지방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증폭될 것이고, 이는 곧 지방의회제도에 대한 재검토 여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방문해 보았던 이른바 ‘정치선진국가’들의 지방의회와 우리의 지방의회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필자가 미국의 버펄로 시의회를 방문했을 때, 그곳 의회는 토요일 오후에 회의를 열고 있었다. 의원들 대부분이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의원직은 명예직으로 봉사하는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 대부분이 전문직 종사자들이었고 그 가운데 적지 않는 숫자가 여성의원들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들 모두는 동양의 외국 교수가 자기 고장을 방문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 하며 자기 고장에 대한 홍보에 열심이었다.

거기에서 필자는 그들 가운데 누구에게서도 정치인의 냄새를 맡을 수 없었고, 평범한 중소도시의 소시민이 주는 훈훈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방자치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이념이 자기 고장의 살림살이를 중앙정부의 통제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참여하고 논의하여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 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자기 고장을 보다 발전시키겠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있는 시민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토록 천박한 정치의 찌꺼기만 옮겨다 놓은 형상이란 말인가. 의장되면 고급승용차 타고 적지 않는 판공비에 비서거느리는 재미에 흠뻑 빠질뿐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아예 뒷전이라고 한다.

선진국가의 경우 지방의회의 최대 책무는 집행부의 예산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에 있다. 당시 필자가 방문했던 버펄로 시의회도 필자와의 면담이 끝나자마자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교량에 대한 현장조사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출발하였다.

이제 우리 지방의 의원들도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가 회복될 때 지역민들도 그들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자꾸 외국의 예를 들어 뭐하지만 외국의 경우 국민의 직접 선출에 의한 의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며,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 또한 결코 낮지 않다. 그리고 거기에는 의원들 스스로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