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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최대 경기 침체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고유가에 고금리에 물가마저 정점 없이 치솟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 나락으로 내몰리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 때문에 상가들은 개점 휴업상태고, 건물들은 갈수록 텅 비어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다 무거운 세금으로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실지 호남지방의 경우는 서울 경기 지방과는 달리 세금 고통이 더 심하다. 그것은 인구 유입에서부터 구매자까지 수도권으로 다 몰리기 때문이다. 하여 “장사도 잘되고 세금도 부담이 없는 수도권으로 이사 가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고조선시대에는 세금고통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맹자’ 고자장구(告子章句)에는 백규라는 인물이 맹자에게 “나는 세금을 20분의 1만 받으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그것은 맥의 방법 맥지도 이오” 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맥은 고조선을 뜻한다.

고조선의 세금이 맹자가 놀랄 정도로 헐했던 것이다. 동이족(東夷族)중에서 고조선의 이런 전통을 이어 받은 나라는 원(元)나라 이었다. 이익은 ‘성호사설’ 의 원의 멸망(元之亡)조선에서 “원 나라 사람이 이미 중국의 주인이 되어서는 수(成)자리 부역을 혁파시켰고, 꼴을 실어 나르고 곡식을 끌고 다니는 수고도 없애고 요역과 세금을 가볍게 하여 백성을 잘 살도록 만들었다” 라고 썼다.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은 ‘조선경국전’ 부세(賦稅)조에서 10분의 1세의 원칙을 세웠다. 정도전은 “위에 있는 자상자(上者)가 법으로 다스려 다투는 자와 싸우는 자를 평화롭게 해준 후에야 민생이 편안해진다.

그 일은 농사와 병행할 수 없으므로 백성은 소출의 10분의 1을 세로 내어 윗사람을 기르는 (養)것이다.

백성으로부터 수취하는 것이 큰 만큼, 자기를 봉양해주는 백성에 대한 보답도 역시 중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런 취지로 만든 조선의 세법도 나중에는 각종 명목으로 늘어나면서 백성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조선 후기 허목(許穆)은 상소문에서 “우리 태조(太祖)가 창업 초두에 연해의 둔전을 모두 혁파했는데, 그금의 둔전은 고려 말엽의 폐단과 비슷해져서 서울 사람들의 속담에, 둔전에서 수확한 곡식을 4등분으로 나우어 1분은 나라에 바치고 1분은 뇌물로 바치며 2분은 전관(田官)이 먹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산 정약용이 세금 때문에 남근(男根)을 자른 백성을 보고 쓴 ‘애절양(哀絶陽)’이란 시는 조선 후기 과중해진 세금 부담을 잘 말해준다.

작년 자동차 1대의 평균 세금이 187만원에 총 30조 7000억 원의 세금이 부과됐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휴보는 경쟁적으로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 장기보유 주택의 양도 소득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집권 후 ‘강부자’ 라는 말에 찔려서인지 차일피일 미뤘고, 그 사이에 최고 50% 인상된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부동산 규제와 높은 세금 때문에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해 건설회사의 연쇄부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비합리적인 조세는 민간 부문의 경제행위를 왜곡·위축 시켜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세금을 제때 조절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이 유발한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각종 부동산 세금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따라서 이로 인해 서민들이 더 죽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 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