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즈음 우리 지역의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는 지난번 실패로 끝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유치에 재도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 같다.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U대회 유치는 재도전할 필요가 있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의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도 있고 광산업도 있으며, 또는 평화?인권도시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들이 이 지역에 가져 올 실질적 경제효과가 얼마나 되며, 그것들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사업들에만 우리 지역의 미래를 맡기고 다른 분야는 별무관심(別無關心)으로 방관하여도 좋을 만큼 우리의 처지가 여유로운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가능만 하다면 U대회는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렇게 주장한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무리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그 추진과정만큼은 지극히 민주?인권의 도시인 ‘광주답게’ 모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다음 두 가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지난번 유치과정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유치에 대한 합목적성(合目的性) 때문에 여론 수렴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경비는 철저한 분석 없이 과다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등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에 대해 ‘제한적인’ 해명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또다시 유치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먼저 시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시장(市長)과 시의원들은 그들이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을 생략하고픈 유혹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백번이라도 좋은 일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민의 동의 없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는 미독립선언서의 한 구절은 우리에게 매우 시사적이다.

이처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첫 도전 때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함으로써 광주가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향후 주요 국제행사를 유치하는데도 그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개최된 U대회 관련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토론자 모두가 ‘지역발전’이라는 목적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추진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을 조화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그동안 재도전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시민단체 측에서 조건부 찬성으로 선회함으로써 시민적 공감대 형성에는 커다란 물꼬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다시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에게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들이 불도저식 추진에 급급할 것인지, 그 추진과정에 ‘광주정신’을 담아내면서 전 시민이 공감하는 U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따라 U대회 유치가 광주발전의 큰 기폭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이전투구(泥田鬪狗)꺼리로 될 것인지가 판가름 될 것이라는 점에서 집행부의 성심(誠心)을 기대해 본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