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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4일
최한선의 화요 칼럼
쟁신諍臣의 노래
입력시간 : 2008. 09.02. 00:00확대축소


세상에 말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말을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말을 하는 것이 그 하나요, 그 말을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그 말을 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우리는 수도 없는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말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말에 대한 명언명구는 각 종교의 경전을 필두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지자체 선거가 끝난 지 수십 개월이 지난 요즈음 우리 지역의 몇 지자체에서는 선거 후유증으로 지역민의 뜻이 사분오열 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오죽하면 “ 우리 지역은 지역민 모두가 판사요, 검사며, 변호사”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오고 있겠는가? 쟁신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임금 앞에서 올바른 정치를 간하거나 잘못된 일의 시정을 간언하는 신하를 가리킨다. 「주역」에서는 나라에 아무 소용도 없는 처지에 있으면서 자신도 돌보지 않은 채 절의를 다 한다든지 임금의 신하된 지위에 있으면서 임금은 섬기지 않고 자기만 고상히 지내려는 마음을 지닌 것을 다 같이 경계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마음의 움직임은 말을 근거로 하여 밖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말을 너무 쉽게 하면 불성실하게 되고 지나치게 번거롭게 하면 지리멸렬하게 되며 자기 멋대로 말하면 사물과 어긋나게 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면 위배된 만큼의 보답이 온다는 정이(程?)선생의 말은 새삼 스스로를 추스르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직언을 좋아한 윗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는바 하물며 쟁신이야 오죽했겠는가? 어느 시대나 쟁신이 필요치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쟁신이 기꺼이 노래를 잘 부르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쟁신의 노래를 즐겁게 들어줄 수 있는 임금이 있어야 함이요, 다른 하나는 쟁신의 노래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윗사람이 귀가 얇아서 간신이나 총신의 아첨하는 말만 듣기 좋아한다거나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말 듣기를 싫어한다면 잘못의 시정은 요원할 것이며 충성스런 신하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물이 흘러갈 구멍이 없으니 그 물은 고여 썩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쟁신의 말은 임금의 눈이나 귀가 되어 임금의 몸이 수고롭지 않게 해주어야 할 것인바 문제는 간언하는 방법인데 대체로 그의 노래는 임금만이 듣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의 잘못을 들춰내거나 잘못의 시정을 간할 때 공격하는 인상이나 태도를 드러내면 되레 역효과를 부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양하겠거니와 시인의 노래와 과학자의 노래가 다른 것만 보더라도 이는 자명하다. 과학자의 노래가 부정확해서는 곤란할 것이며 시인의 노래가 진부하거나 참신하지 않다면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려고 노력들 한다.

그런데 말도 좋지만 진정한 쟁신이 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함께 따르는 언행일치의 실천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우리 지역 모 지자체에서는 인물의 추천이나 천거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훌륭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내놓고 구하겠다는 지자체장의 개성적인 인재 등용 방식으로 여겨져 주목되거니와 중요한 것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에 알맞게 부리는 기술 아니겠는가?

천리마를 알아보고 그에 합당한 먹이를 주어 천리마로 기르는 일 못지않게 천리마를 부리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천리마는 집안에 있는 화장실 가는데 타고 가는 말이 아니기에 그렇다. 이른바 구조조정이 사람 줄이기를 능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재배치하는, 구조와 인물의 재조정이 되기 위해서는 쟁신의 자유로운 노래가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가 되고 나면 물이 흐르지 않아 썩음은 물론 그로부터 무수한 질병이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는 화를 부를 것이 빤하지 않겠는가? 진정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옥석의 말을 가려서 들을 줄 아는 윗사람과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쟁신이 비익조의 날개가 되고 연리지의 가지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지...

최한선 <전남도립대교수, 시인, 문화재전문위원>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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