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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자라 가지가 휘어지게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를 보면 안쓰럽다. 가녀린 몸에 주렁주렁 열린 자식들과 버거운 생활에 허리가 휘고 시들어 가는 어머니 같은 나무.

신선이 준 과일로 알려진 대추는 중국에서 특히 많이 재배되고 있다. 중국의 태원왕(太原王) 중덕(中德)이 젊었을 때 전쟁 중에 굶고 헤메다 쓰러졌는데 비몽사몽간에 동자 한사람이 나타나 “누워있지만 말고 어서 일어나 대추를 먹어라“ 이르고 사라졌다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추가 한 봉지 눈앞에 있어 그것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것이다. 대추를 먹고 사경에서 살아났다 하여 장수하는 과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추는 수 천년 동안 한방에서 사용되어온 생약으로 ‘ 대추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고할 만큼 노화방지의 효과를 믿어왔다. '대추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힘이 있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진액과 기운부족을 낫게하며 온갖 약의 성질을 조화한다. 오래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늙지 않게 된다'고 「동의보감」등 옛 의서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과수의 하나다. 우리는 모질고 단단하게 생긴사람의 비유로 ‘ 대추나무 방망이 같다’한다. 또 키는 작으나 성질이 야무지고 빈틈없는 사람을 두고 ‘ 대추씨 같다’고도 한다. 이렇게 대추를 두고 많은 비유가 있다는 것은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대추는 관혼상제에 빠뜨릴 수 없는 귀한 제물로 밤, 감과 함께 삼색과실의 하나로 우리와 친숙한 과일이다. 페백의 풍습에는 다산을 의미하는 대추를 놓는다. 줄줄이 아들을 낳기 바라는 마음으로 장수와 다복을 비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대추는 다른 과일에 비해 당질의 함량이 월등히 높다. 말려서 저장해두고 약용과 식용 외에도 구황식량 및 군량으로서도 비중이 컸다. ‘ 대추 3개로 한끼요기를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몸에 기운을 더해주어 오래 먹으면 허기가 없어진다.

대추는 대추밥, 대추인절미, 대추전병, 약밥 등에 넣는다. 또 삶은 대추를 꿀로 버무린 대추초, 꿀과 기름으로 버무려 잣가루를 뿌려만든 대추주악, 대추를 푹 고아 만든 대추미음 등도 잊혀져 버리기에는 아까운 우리의 민속음식들이다.

대추는 강정?보양 효과가 뛰나고 음양을 조화시키는 식품으로 달여 먹으면 부부화합이 되는 묘약이라고도 한다. 약재료로도 귀중하게 쓰이는데 대추의 중요성분 중에‘ 사포닌’이 있다. 이 성분은 대추와 인삼 등에만 있는데 피부각질 및 내피층에 습윤능력을 보강하여 탄력성을 높여주고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건강한 피부결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즉 쇠약한 내장을 회복하며 영양소의 공급을 원활히 하는 한방생약으로 산후바람,불면증, 신경통, 감기,장수보양에 좋다. 대추나무잎은 더위 먹은데 좋고, 산후복통에 씨를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추차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침이 심할 때 씨 뺀 대추 20개를 미지근한 우유에 담갔다가 하나씩 씹으면 잘 듣는다. 대추에는 비타민 B, C, 칼슘과 철분의 좋은 급원으로 그릇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 한 두개씩 먹으면 좋다. 풋대추는 과식하면 위장장애를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연은 만물을 거두고 익히지만 대추 한 알이 익는데도 태풍, 천둥, 번개를 인내로 견뎌낸 것이지 절로 익는 법이 없슴을 시인 장석주는 꿰뚫어본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대추 중에서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