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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달’ 품고 귀경하는데
2008년 09월 18일 00시 00분 입력
돈많은 졸부는 보름달을 보며 추석을 쇠면서도 이웃을 모르는데, 실력없는 화가는 좋은 물감 좋은 종이를 줘도 졸작만 내놓는다.
한데 천재화가 반 고호는 산레미의 정신병동에 입원하고 있을 때,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며 <줄다리기> 등을 그리고 있다. 여기다 이 명작들이 모티브를 공교롭게도 보름달 밤에 얻었다고 그는 친구에게 고백하고 있다.
고호, 스트린드베리, 니체 같은 머리가 약간 돈 천재들을 연구한 독일의 철학자요 정신병리 학자이기도 한 칼야스퍼스는 지구에 미치는 달의 중력(重力)과 그 때문에 일어나는 지구의 자장(磁場)이 어떻게든지 두뇌세포나 인간생리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학설을 확고히 하는 관찰보고가 20년 전부터 AP통신에 보도되고 있다.
미국 하트포드의 정신병 연구소에서 20년 동안 조사 관찰해본 결과 정신질환자들은 보름달이 뜨는 날 분명히 이상증세가 더한 것을 생리적 수치로 계량(計量)할 수 있었다 한다. 한국에서 미친사람의 행동을 보고 비올라나 보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달과 광기(狂氣)와의 함수는 이미 고대사회에서 체험방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달에 어원을 둔 루나틱(Lunatic), 루나시(Lunacy), 루니(Loony) 등 이 모두가 미치광이나 광기를 뜻하고 있고, 역시 달에게 얻어맞았다는 뜻인 moon-struck도 발광한다는 뜻이다. 셰익스피어도 발광 직전인 오델로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독백을 시키고 있다.
“그것은 달이 저지른 잘못이다. 달이 여느 때보다 지구에 가까이 오면 사람을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몽고 사람들도 보름달을 몹시 싫어한다. 특히 중추월석(仲秋月夕)인 8월 15일 밤에는 문을 닫고 외출하지도 않는다.
중국사람들이 이날 밤 수박을 먹을 때 씨앗까지 모조리 까먹고 하나만을 남기는 습속을 두고 한 사람만 남겨놓고 몽고사람이 모조리 죽어버리도록 저주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보름달을 반기는 것은 오로지 중국·일본·한국 등 월력(月曆)을 써온 한문문화권 뿐이며, 그중에서도 달에 긍정적 이미지를 가장 강하게 갖는것이 우리나라인 것 같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달 속에 남편과 싸우고 도망친 눈통 부은 여인이 살거나, 캐비츠 도둑놈이 살거나, 교회가는 길을 가시덤불로 막다가 벌을 받은 이교도가 살거나 하는데, 우리 한국인은 그 속에 초가삼간을 짓고 양친 부모를 모신다.
매월 보름을 명절로 삼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뿐이요, 보름 중의 보름인 추석을 이렇게 성대하게 보내는 나라도 우리 뿐인 것이다. 때문에 경제불황에도 어김없이 올해도 귀경 전쟁이 벌어졌다.
추석 전 연휴가 짧아 고향 가는길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 교통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귀경길은 한 번에 몰리면서 길이 꽉 막혀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목포에서 서울까지 10시간을 넘겼다니 짜증도 날 만 하다. 귀경차량이 40만대 이상 한꺼번에 몰렸으니 그럴수밖에.
이처럼 추석은 우리의 최대 명절로서 헤어졌던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기능은 여전하다. 연 인원 3,000여만 명이 고향 친지를 찾아 대이동을 했다니 대단하지 않는가. 세계 어느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얼굴을 맞대고 희로애락을 같이하지 않으면 애틋한 정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때문에 귀경길이 막혀도 고향과 부모 친지들과의 애틋한 정을 담고 오는 길은 위안을 주고 새로운 활력을 일깨운다.
둥근 달에 기원했던 모든 이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특히 고향을 못 찾은 실향민과 경제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나락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기를 염원한다.
고운석 <시인· 남부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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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