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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감싸는 배신자 안돼야 구운석 칼럼 2008년 10월 22일 00시 00분 입력
남의 결점을 비판할 때 너무 엄해서는 안된다. 전(前) 삼성법률고문 김용철 변호사의 행동에서 보았듯이 비판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견디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자신의 구린내는 감추고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하고 남의 약점을 까발려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법적인 유무를 떠나 치사한 배신자다. 한데 ‘나는(범죄를 지었기 때문에) 자수해야 한다.’ ‘구속되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큰소리치던 그는 자수하지도, 구속되지도 않았다. 최근엔 정의와 인권, 신앙을 배우기 위해서인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북한을 다녀왔다. 그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 특검으로 삼성그룹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키워낸 이건희 전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선고를 받았다.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삼성은 숨을 죽이며 지난 10일 열린 항소심을 기다렸다. 이날 삼성간부들이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이건희 회장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삼성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검찰 재정경제부 국세청을 관리했다’며 스스로 떡값배달에 관여했다는 김용철 변호사는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회단체나 NGO 등이 삼성재판은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하지만 김 변호사는 감싸고 있다. 김 변호사의 삼성 관련 폭로가 ‘삼성의 투명성을 높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가 해선 안 되는 배신행위다.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4년 8월까지 7년간 삼성 법무 팀에 있으면서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모두 102억 원을 받았다. 퇴직 후에도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200만 원씩, 8억 원 가량을 받았다. 2005년 9월부터 한겨레신문 비상근 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도 꼬박꼬박 삼성으로부터 고문료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고문료가 끊어지자 그 달 말에 삼성 비자금 조성의혹을 폭로했다. 그가 진정한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가 되려면 한 해 평균 15억 원을 받던 삼성법무 팀 시절이나, 적어도 고문료를 받던 때 폭로했어야 했다. 고문료가 끝나자 마자 ‘등에 칼을 꽂는’ 처사는 누가 봐도 비겁하다. 그는 호남인이라 이 때문에 죄 없는 호남인들이 경향각지에서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사회정의 구현에 앞서 변호사 김용철이라는 개인에게도 인간세상의 정의가 구현됐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최근엔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재호(65) 대주그룹 회장 등에 대해 검찰이 징역형과 벌금을 구형하면서 극히 이례적으로 벌금 2,550억 원을 선고 유예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 이에 검찰 내부도 법원도 ‘갸우뚱’하고 있다. 민변은 “국민 법상식 배반…납득 안돼”라 하고, 시민들은 서민들에게는 딴판이라고 하는데, 정의구현사제단은 침묵이다. 이도 배신일 수 있다. 호남 표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분도 ‘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맞는 얘기일 수 있지만, 적어도 민주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잔뜩 심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것도 대통령을 물러난 뒤 비수를 찌르듯 할 말은 아니다. 자기가 속했던 조직에서 갖은 혜택을 누린 뒤 ‘비리 폭로’ 운운하는 사람은 사회정의를 세우기는 커녕 인간세(人間世)를 피폐하게 만든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한 손에는 칼, 다른 손에는 형평을 상징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 정의를 위한다며 더 큰 배신을 하면서….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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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