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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정책 로드맵을 세워야
오수열 교수 칼럼
2008년 11월 25일 00시 00분 입력
‘1930년대 세계를 뒤덮었던 경제공항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만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도, 국민도 모두가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일 외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평소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는 경제문제 못지않게 최근 깊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 또한 커다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지속되어온 우리 경제의 번영 밑에는 한반도의 평화상태 유지가 커다란 몫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고도성장을 시작한 때가 1980년대 이후라고 할 때, 만약 한반도에서 상당한 규모의 분쟁이 있었더라도 고도경제성장이 가능 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안정적 남북관계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등장이후 남북관계는 거의 단절된 것이나 같을 만큼 깊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시야를 조금 넓게 보면 남북관계의 발전은 비단 한반도의 평화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한의 경제 발전에도 긴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국가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상황에서 부존자원의 부족, 인건비의 상승, 장거리의 해상 수송로 등 우리 경제여건이 지니고 있는 불리함을 극복하는데 남북 간의 협력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전개되어온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보여 온 폐쇄적이면서도 극단적 태도는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는 실망감을 주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지난 대선에서 진보성향의 민주당 대신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북한의 태도 또한 심각한 경제난 극복과 체제유지라는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1970년대 초부터 ‘동방정책’을 추진하여 30년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독일의 경우에도 잘 찾아 볼 수 있다. 서독은 우월한 경제력을 앞세워 주변 강대국가들의 반(反)통일 정서를 누그러뜨리는데도 온갖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동독 정부와 인민을 아우르고 달래는데도 갖은 정성을 다하였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국민들의 눈에 ‘통일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곧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대북정책이 한참 밀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은 결코 단선적(單線的)이거나 단편적이어서는 안 된다. 비록 지금은 중요해 보이지 않거나, 아무런 문제점이 없이 보이더라도 먼 미래를 조망하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인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국민의 정부’시절처럼 통일문제가 모든 정책에 우선시 되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그것이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지나치게 밀리는 것도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극복된 후를 생각해서라도 지금부터 확실하고 장기적인 대북정책 로드맵이 수립되고 추진됨으로써 그때 가서 허둥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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