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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냉전 종식’ 한국은 멀어
고운석 시인의 칼럼
2008년 12월 17일 00시 00분 입력
20대 젊은이가 마르크시즘(Marxism)에 매료되지 않는 자는 바보이고, 마르크시즘(Marxism)에 실망하지 않는 자는 더 큰 바보다.
임어당의 말이다. 한데 이 말을 가슴에 담아두기 라도 한 듯 “이제 우리는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평화의 시대로 가는 먼 길을 걸을 것이다” 40년 이상 지속된 동서 냉전의 맹주 소련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1989년 12월 3일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 이 말을 주고받았다. 이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 후 미·소 정상이 만난 것은 이날이 17번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 회담을 ‘역사적’ 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냉전 종식 선언’ 이 여기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세계는 그야말로 변혁의 한 복판에 있었다.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공산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었다. 냉전의 상징물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미·소 양측은 대립의 시대들 접고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든다는 엄청난 선언을 했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협정 체결 같은 것은 없었다. 역사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의 옥동자(개성공단)를 탄생시킨 남북 정상회담 만큼, 이들은 동유럽의 시장경제체제 도입에 대한 소련의 불간섭과 전략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포함하는 군비축소, 지역분쟁의 평화적 해소 등을 논의 했다.
소련의 국내법 개정에 따른 미국의 경제 지원과 무역혜택 보장도 합의했다. 서방의 북대서양조약 기구(NATO)와 동구의 바르샤바조약기구를 군사기구가 아닌 정치적 기구로 탈바꿈 시킨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 회담으로 중국과 대만처럼 세계는 화해무드로 접어들었다.
1945년 2월 얄타 회담으로 시작된 동서양 진영의 ‘총성 없는 전쟁 체제’는 몰타 회담으로 붕괴됐다. 곧이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은 해체됐고 독일은 통일을 이뤘다. 그러나 지구상의 냉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몰타 선언이 나온 지 20년이나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한반도는 ‘마지막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 임기 말에 쫓기던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를 압박해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졌다. 외국자본의 대북 투자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옥동자인 개성공단의 실패를 보고 북한에 투자할 외국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믿었던 한국, 실지 탄탄했던 햇볕정책의 논리도 차가운 현실에 허물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은 인민의 처참한 삶은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 개방을 허용할 수 없는 수령유일 체제의 본질도 여전하다.
남이 돈 주고 산 정상회담은 북에 구제 불능에 가까운 갈취 사회주의(?) 의 한 형태를 학습하게 했다. 이미 햇볕 정책은 북이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 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그날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이 마당에 와서 포용 정책만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임기 말에 햇볕정책 구하기용 ‘10·4 대북 어음’ 을 끊어 줬다.
진보로 위장한 김정일 2중대는 초등학생 일부가 6·25는 북침이라고 할 정도로 충성했다. 그럼에도 북은 ‘개성공단’ 폐쇄에서 보듯 트집 잡기에 능숙하다.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고 평화 체제를 수립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구조가 해체 됐음을 세계에 선언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고운석 <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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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