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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선거법에 단체장들 미소
2009년 01월 22일 00시 00분 입력
민주주의란 평등한 권리를 말한다. 한데 미국이 몇십 년 동안 변호사는 명함을 못돌리게 했다. 품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법원에 제소를 했다.
미국 대법원은 이 사람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은 변호사, 아니 그 누구라도 명함을 못돌리게 하는 것은 미국헌법이 보장하는 자기를 표현하는 자유, 즉 언론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람이 자기를 표현하는 자유, 그것은 사람에게 허여된 자유 중 가장 귀중한 것이고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도 언론의 자유를 가장 소중한 자유로 명기하면서 구체적으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만 이를 억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예를들어 극장에서 불이나지 않았는데도 “불이야”하고 소리치는 그런 언론 자유만이 억압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이와같은 언론의 자유에 관한 세계의, 그리고 우리 헌법의 정신에 비춰볼 때 우리의 현행 선거법은 한마디로 위헌 투성이 문제작이다.
후보의 언론 자유를 억압한 정도가 아니라 그를 유린한 법이다. 불과 16일에 불과한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이전에 후보는 자기가 출마를 한다는 의사표시 자체를 전혀 못하게 돼 있다. “잘 부탁한다”라는 말 자체도 위법시비에 휘말린다. 명함을 돌리는 것도 위법이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도대체 후보가 자기가 출마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명함을 돌리는 것이 공중에게 어떤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민의 언론 자유를 억압한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이 선거법은 우리 헌법에 명백히 금하고 있는 사람차별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반면 현직의원이나 단체장들은 모두 임기동안 유권자 접촉을 하는 등 공공연히 할 수 있게 돼 있다. 단체장은 수 억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 사업을 하면서 간접 선거운동을 하고, 또 각종 축제를 이용해 간접 선거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가운데는 일명 아첨꾼·벅구·장학생 구의원까지 홍보에 열을 올려도 누가 말하지 않는다.
이런 웃기는 일들이 가능하게 된 것은 선거법을 만든 우리 국회의원들이 신인들의 진출을 막아보려 작당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설명도 가능하지 않다.
현 의원들 현 단체장들은 이미 알려져 있으니 신인들이 자기를 알리지 못하게 하면 할수록 현의원 현단체장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선거비용을 줄인다는 미명 아래 신인들의 알리는 활동을 제한해 그들의 속을 채운 것이다.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다리에 있거나, 산을 헐어 골짜기를 메워야 할만큼 평등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임기내내 여러 관변단체와 동단위 행사에 나가 홍보지와 신문보도까지 들고다니며 합법을 가장한 사전 선거운동에 열을 올려도 선관위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점을 들고 나와야 할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참으로 불공평한 혜택을 주는 이런 불공정한 제도를 뻔히 보면서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는 시민단체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언론도 기성 정치인을 돕는데 한 몫을 한다. 바로 여론조사라는 것을 통해 기성 정치인들을 크게 도와준다.
언론들은 지역구별로 여론조사를 해 우세한 후보를 보도하기 시작한다.
법을 지키는 신인 정치인은 그때까지 자기를 알리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당연히 신인은 이미 잘 알려진 기성 정치인에 비해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 조사가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나오면 승자에게 붙고싶어하는 사람의 심리 때문에 돈과 사람은 신인정치인에게 더욱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선거판은 불공정 게임 그 자체다. 이젠 언론·시민단체·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불공정 게임을 막고, 선관위는 피리나 잡아 가두지 말고 의원이나 단체장들을 살펴 잉어를 잡아야 한다.
고운석 <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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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