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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본고사 부활논의와 국민통합
2009년 03월 16일 00시 00분 입력
오랫동안 실시되지 않아 왔던 대학 본고사가 조만간 부활될지도 모르겠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국 4년제 종합대학의 협의체로 사실상 대학입시를 관장하고 있는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학자율화’ 원칙에 따라 지금 고등학교 1학년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될 2011년에 대학 본고사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대학입시문제는 ‘3불 정책’의 핵심의제로 우리 교육계의 중요한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였으며, 대선(大選)때마다 주요 후보의 정책 공약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이처럼 대학입시문제가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항으로 대두되게 된 데에는 두말할 필요 없이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교육이 사회진출 및 성공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龍)났다”는 말을 듣기 어렵게 되었다. 아마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파괴되어 버린 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되어 최근에는 부(富)의 세습만이 아닌 사회적 신분의 세습이 심히 우려되는 사회현상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신분 상승의 지름길이라고 불리 우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에 거주하는 부유층 자녀들이거나 아니면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들이라고 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는 경제와 같은 가시적 조건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의 통합(統合)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신분의 세습현상이 빚어내는 사회적 유동성의 감소는 자칫 우리 사회를 조선시대의 양반-상민의 ‘신분고착사회’로 후퇴시킬 우려마저 없지 않는 것이다.
물론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대학자율화를 나쁘다고만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자율화가 사회발전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하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원화’와 ‘충분한 중산층’이라는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과연 우리사회가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정부의 인력 충원에서 이른바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회자되는 특정집단의 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가 하면, 최근의 경제 악화로 우리사회의 중산층은 해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볼 때 ‘대교협’의 본고사 부활 검토는 특권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편이 괜찮은 몇몇 대학 총장들이 이끌어가는 대교협의 우행(愚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대학자율화가 명분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수십 만 명이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 된다. 만약 본고사 도입이 확정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시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전형료 또한 인상될 것이 뻔하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진정으로 국가의 처지를 걱정하고 그 발전을 고뇌하는 총장들이라면 대학의 다원화를 통해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이 특정 집단, 대학에 집중되지 않는 방안의 모색과 서민의 자녀들도 쓸만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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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