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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의 올바른 방향
오수열 교수의 칼럼 2009년 03월 31일 00시 00분 입력
이래저래 농민을 위한 ‘협동조직’으로 출범한 농협이 그 본래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지는 못한 채 사정 당국의 수사 대상이 되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감독권한을 지닌 정부 당국에서 그 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방안 가운데는 ‘협동조직’이라는 농협의 근본이념과 배치되는 내용마저 포함되고 있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일찍이 대학생 시절부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졌고, 직장 신협(信協)을 설립하여 경영한 바 있는 필자의 소견으로는 오늘날 농협이 이처럼 부정과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될 만큼 문제점이 커진 데에는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 한 몫을 했으며 뿐만 아니라 협동조직의 기본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관료들의 인식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하겠다. ▶첫째, 협동조합을 일반 금융기관과 동일시한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의 활동 가운데는 금융 사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공제와 공동구매 그리고 후생복리를 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 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근본이념이기 때문이다. ▶둘째,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자생(自生)조직이며, 따라서 조합경영의 전반에 걸쳐 조합원의 뜻이 반영되도록 조직체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정부 당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조합의 ‘민주성’이 소멸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농협중앙회장이 대의원에 의해 선출되고, 단위 조합장은 조합원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고 있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중앙회장이 정부에 의해 임명됨으로써 조합의 자율성이 담보될 여지는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오늘날 농협이 안고 있는 ‘비민주성’은 이러한 정부의 타율적 간섭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권력과의 유착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은 농협을 그들의 각종 선거에 이용하려 하였고, 때로는 정치자금을 동원하는 통로로 활용함으로써 농협의 건전성을 뿌리 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시점에서 농협의 개혁을 이야기하려면 지난날의 잘못된 농협정책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째, 농협의 기본이념을 회복하는 제도적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즉 조합원인 농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협동조직으로서 농협이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농협 간부들이 협동조합의 기본 이념을 이해하고 공감함은 물론 거기에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정신을 지닌 사람으로 충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협고등학교 또는 농협대학에서 이론과 실습, 그리고 그 정신을 익힌 사람들이 농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둘째, 중앙회장의 ‘책임 경영제’는 오히려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앙회장이 정부의 간섭이 없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다면, 그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그에게 권한을 준다는 논리라면, 대통령도 비상임으로 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국정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 정부의 감독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농협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중앙회장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권한에 대한 제동장치가 부족하다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물론 감사가 있지만, 그 역할은 형식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원을 비롯하여 금융 당국이 보다 엄정한 감독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농협, 수협, 축협, 신협 등을 함께 감독할 ‘협동조합 감독원’을 설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넷째, 중앙회장은 물론이고 단위조합장의 선거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그 선거법을 정비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 물론이고 대학의 총장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모든 병폐는 그 책임자의 선거과정에서의 비리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가 보다 공정,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농협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경영과 운영과정이 항상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부정과 부패는 ‘비투명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청구’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한다면 농협은 지금보다 훨씬 깨끗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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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