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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해설] 5만 원 시대의 ‘명암’
KBS 전복수 해설위원
2009년 06월 24일 00시 00분 입력
오늘부터 5만 원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됩니다. 만 원권이 나온지 36년만입니다. 그동안 물가는 13배 이상 올랐고 국민소득은 50배 이상 늘었습니다. 경제규모가 달라지면서 씀씀이 단위 역시 커져 만 원권이 맞지 않은 옷이 된 지 오랩니다.
만 원권 대신 자기앞수표가 고액권 역할을 대신해왔습니다. 그러나 자기앞수표는 관리비용만 해마다 2천 8백억 원이나 들었고 사용자들도 이서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며 5만 원권이 나왔습니다.
5만 원권 사용으로 우리생활에는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선 지갑이 얄팍해지고 지갑 안에 있는 돈의 가치도 가벼워집니다. 축의금이나 부의금등 경조사비 액수가 3만 원 정도에서 자연스럽게 5만 원으로 조정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돈 액수에 대한 감각도 무뎌집니다.
같은 5만 원을 쓰면서도 5만 원권 1장은 만 원권 5장보다 돈을 덜 쓴 것처럼 착각하기 쉬워 과소비가 조장될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벌써부터 유통업계에서는 5만 원권에 맞춰 4만9천 원, 4만 9900원 균일가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획상품의 주종이었던 2만9천 원, 3만9천 원이 슬그머니 값이 올라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않아도 일부 공공요금이 오른데다 생활물가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환율과 유가,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이유로 5만 원권이 물가를 부채질 할 것이란 걱정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5만 원권 등장으로 뇌물수수가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 1억 원이 들어갔던 서류가방에는 5억 원이, 사과상자에는 25억 원이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관련당국의 보다 정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화폐유통정책의 귀착점은 이제 화폐단위의 액면절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거래된 자금 규모는 1경 1665조 원. 영이 16개나 붙는 1경이 등장한 것입니다.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정도로 단위가 커졌습니다.
또 세계 15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맞지 않게 화폐 가치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젭니다. 1달러 대비 천이 넘는 나라는 2~3개 나라 정돕니다. 나라의 대외이미지를 고려해 리디노미네이션 등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란 목소리가 그래서 많습니다.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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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