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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열>DJ 서거이후 호남정치의 전망과 과제
2009년 08월 29일 00시 00분 입력
한국 현대정치의 한 주역이자 호남민의 정치적 희망이던 김대중 前 대통령이 86세를 일기로 서거하였다. 이로써 한국의 정치에서 한 세대 이상을 풍미하여 왔던 ‘3김시대’는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명실상부한 세대교체 속에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정치가 전개될 것이다.
회고하여 보면 한국의 정치에서 김대중(DJ)의 출현과 부상(浮上)은 한국정치가 지닌 구조적 모순 즉 군부독재의 등장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만약 5?16 군사쿠데타로 인한 박정희 독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은 강원도 인제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평범한 국회의원으로 정치적 위상이 한정되었을지 모르며, 1971년 4?27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인한 분루를 삼켜야 하지 않았고, 대선에서의 분패이후 ‘10월 유신’으로 말미암은 정치적 탄압이 가중되지 않았다면 그가 세계적 민주인권투사로 부상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제3공화국 하에서의 대선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지역감정이 1971년 4?27 대선에서는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호남 출신인 김대중 후보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때 이후 호남민들은 1961년 군사정권 등장이후 지속되어온 지역차별에 대해 각성하게 되었고 그것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김대중에게 희망을 걸게 되었던 것이다.
유일한 정치적 대안이었던 김대중에 대한 호남인들의 지지는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것이었고 그것은 호남인들에게는 응축된 한(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리 메김 되었다.
그러나 김대중의 정치적 부상과 호남에서의 강고한 지지는 호남정치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한의 해소의 반독재투쟁을 통한 민주?인권지역으로서의 위상 확립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그에게 쏠린 지나친 지지와 기대는 후계 정치인의 성장을 제약시킨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았다.
어떻든 이제 DJ는 우리 곁을 떠났고, 이제 호남의 정치는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 DJ가 서거한 이 상황에서 우리가 호남의 정치적 과제를 이야기 하려면 우선 무엇보다도 그의 참된 유지(遺志)가 무엇이며 그 유지를 실천하는 길이 무엇인가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할 것이다.
DJ의 유지는 그가 남긴 「마지막 일기」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이 땅에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인권이 생동하고 남북이 하나 되어 통일된 조국을 이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호남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DJ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이러한 그의 유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그의 정치적 노선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남의 정치에서 DJ가 차지한 공간이 너무나 컷 던 까닭에 그가 없는 상황에서 호남은 당분간 정치적 공백과 공허를 경함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어느 누군가 혼자의 힘으로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호남의 정치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닌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집체적 힘과 노력’에 의해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조속한 자생력(自生力)의 회복이라고 하겠다.
DJ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야(野) 4당이 단결할 때만이 이 땅에 민주주의와 통일이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여기에는 소위 ‘친노그룹’도 포함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익’이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먼저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야권이 단합하지 못하거나, 단합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원칙이 무시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앞선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곧 재집권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거북이와 같은 끈기와 황소와 같은 우직함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때만이 한나라당의 집권이후 정치적 공허감에 빠져있는 호남민들에게 또 다시 희망을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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