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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폼프리포사’와 세금 정치
2009년 08월 31일 00시 00분 입력
조선 중종(中宗)때에 광대들의 풍자 희극인 <세금(稅金)굿>이 여염에서 인기가 있었다. 세포를 흑심하게 거두어들이는 것을 풍자한 것으로 중종이 친히 궁궐에 불러들여 이 굿을 보고는 서민이 받는 이 폐단을 엄하게 다스리라고 했다.
한데 유럽에선 복지국가의 과보호로 세상 살 의욕을 잃고 무기력하게 사는 식물인간을 ‘폼프리포사’라고 부르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스웨덴 작가 린드그레인 여사의 동명의 풍자소설에서 나왔다. 주인공인 동화작가 폼프리포사는 복지 서비스의 보호를 받고 걱정 없이 산다.
함에도 날로 국가의 공공복지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져가고, 넓어져 감에 따라 세(稅)수입이 필요하게 되므로 세금이 무거워져갔다. 폼프리포사의 작품수입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자 글쓸 의욕이 쇠퇴하더니, 누진소득세율까지 적용되어 수입의 1백 2퍼센트를 세금으로 뜯기자, ‘이런 나라는 열심히 소설을 써서는 안 되는 나라’라고 절망, 글 쓰는 걸 그만두고 생활 보호만을 받고 식물처럼 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람이 늘고 있는데) 어느 날 자신의 장례(葬禮)를 위해 아껴둔 5천 크로네마저 세금으로 거둬가자, 호주머니에 남은 푼돈을 털어 쇠망치 하나를 사들고 그 5천 크로네를 탈환하고자 금고를 부수러 나선다. 아무리 복지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해도 번 돈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뜯기면 일할 의욕이 감퇴하기 시작하고, 절반의 한계를 넘어서면 그 일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것이 복지 심리학의 상식이 돼 있다.
애써 담배 가게를 해서 세금을 무느니 파산하여 생활보호를 받는 편이 낫게 되고, 기업가는 기업과, 학자는 학문과, 예술가는 예술과 등지게 된다. 사람은 게을러지고 동물적 쾌락만 추구, 성 풍기가 문란해지며 가족해체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나타나고 있지만,) 20년 전 스웨덴에서는 노동장관인 페트알마르크가 돌연 사표를 냈었다. 아내와 이혼한 후 두 아이의 육아와 장관 일을 양립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 사표 이유였다. 경제침체와 사회 및 가정의 해체를 유발한 북구(北歐)병, 영국병, 프랑스병 등은 모두가 세금을 많이 거둬 많이 쓰는 익스펜시브 거번먼트(expensive government)의 과보호에서 우러난 병폐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는 세금을 조금 거둬 과보호를 지양하고 근로의욕을 돋구어주는 치프 거번먼트(cheap government)를 지향하고 있으며, 레이건이 내세워 어필한 정책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치프 거번먼트였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십일세(十一稅)’라는 치프 거번먼트의 철학이 일관돼 내려왔다.
백성의 소득의 10분의 1이상 거두면 악정의 표본인 걸(桀)의 도(道)요, 또 10분의 1보다 적으면 역시 야만인 표본인 오랑캐의 도라하여 목민(牧民)의 철학이 돼 있었던 것이다. 1990년 초대재무부 세제실장을 역임한 김용진씨는 “세금은 곧 정치다.”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어떤 계층한데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둘지를 저울질하고, 이를 입법화하는 국회 활동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의 조세제도를 보면, 그 나라가 지향하는 정치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한데 요즘 우리나라에선 세금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부자들에게 올린 세금이 결국 소비를 둔화시켜 그 피해자는 서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경제난 해결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세금에서 일찍 해방되는 나라에선 사회 안정망이나 복지 시스템이 대체로 미흡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세금 때문에 파산하여 생활보호를 받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운석<시인.광주 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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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