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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칼럼>순국선열의 날에 본 李相龍 선생
2010년 11월 17일 00시 00분 입력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서 태어났다고 세네카는 말했다. 한데 우리나라엔 이를 증명해 주는 인물들이 많다. 특히 빼놓을수 없는 인물로는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석주 이상용(李相龍) 선생을 들 수 있는데, 석주 이상용은 세종 때 좌상을 지낸 이원의의 여섯 째 아들 이종의 후손. 이런 석주는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한 어른답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 가혹한 시대에 자신과 가족부터 엄격한 잣대로 솔선수범을 보였다.
만주로 망명한 후 최초의 해외 독립운동단체인 경학사를 만들고, 무장투쟁을 위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한족회 회장. 서로군정서 독판.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역임한 독립전선의 최고 지도자이다. 석주 유고에서 선생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을 보면, 망명(1910년)길에 올라 상주에 도착했을 때, 선발대가 돌아와 "먼저 간 김도희 주진수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있다. 우리도 앞날이 염려된다"고 보고하자 주위에서 두려워했다.
하지만 선생께서는 나라를 구하려는 우리가 그런 사소한 일로 중단할 수 없다며 앞길을 재촉했다. 한달 후 길림성 유하 현으로 들어갈 때 향도를 맡았던 외아들이 관헌(官憲)에게 붙잡혀가 나아가지 못하고 돌아오니 꾸짖어 말하기를 "콜럼부스가 작은 배를 타고 위험을 무릅쓰고 태평양을 건너지 않았다면 세계 최강인 미국은 없었을 것이다."고 하며 위험하지 않고 나라 찾는 방법은 없다고 야단치며 다른 길을 찾으라고 재촉했다. 다시 십수년이 지나 독립운동을 하던 청년동맹원들이 집에서 회의를 할 때 손자인 병화를 그 독립운동 단체의 대표로 선출하였다. 병화가 깜짝 놀라 "나는 죽음을 겁내는 무리는 아니다.
양대 독자인에 독립투사인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연로하다. 타국에 와서 시중들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뿐이니 불가하다"고 거절하자 결론을 못내고 웅성거렸다. 이를 아시고 석주는 손자를 불러 꾸짖기를 "나라를 찾겠다는 사람이 가정 걱정까지 해서야 성공할 수 있겠느냐? 내걱정은 내가 할테니 나라 찾는 일에 헌신하라"고 사지로 내몰았다. 그 결과는 한집에서 독립운동가가 9명이나 배출되었다. 상용(1858~1932) 임시정부국무령. 승화(1876~1927) 68년 애족장. 상동(1865~1951) 68년 애족장. 봉의(1868~1937) 90년 독립장. 준형(1875~1942) 90년 애국장. 형국(1883~1931) 68년 애족장. 운형(1892~1972) 68년 애족장. 광민(1895~1946) 90년 독립장. 병화(1906~1952) 90년 독립장. 나라를 위해 이렇게 애국한 집안이다 보니 자손들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지금 노(老) 종손은 고아원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용서를 빌고 또 빌어도 부족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드러낸 증거다. 한데 오늘(17일)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날은 1905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로 외교권을 박탈당했던 을사늑약이 체결된 치욕의 날이기도 하다. 일찍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9년 망국 조약인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이날을 '순국 선열의 날'로 정했다. 망국의 치욕을 잊지 않고 순국선열의 희생 의미를 되새기며 조국 광복의 의지를 다지려는 큰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순국선열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번영된 땅에서 복된 삶을 살지만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는 이국의 황량한 들판이나 조국에서 항일 독립투쟁을 전개하다 순국하신 석주 이상용 선생같은 선열의 희생이 있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뿌리없는 나무는 없다. 수원(水源)이 없는 강이나 바다는 없다. 선열이 있었기에 후손인 우리가 있음을 감사히 여기자. 선열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올림픽을 비롯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자리 잡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고운석 <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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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