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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칼럼>부모의 민주화
2011년 11월 15일 00시 00분 입력
오늘날 가정은 가장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부부간, 부모와 자녀간의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가족회의나 대화시간을 만들어 민주적인 가정을 만들어 가려는 부모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또한 많은 자녀들은 민주적인 분위기의 가정을 부모에게 요구하며, 가족 회의에서도 자기 의견을 명확히 밝힌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의 민주화는 우선 핵가족제도에서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핵가족제도란 모든 자녀들이 결혼하면 곧 양친의 가족을 떠나 새로이 자신들의 가정을 형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그 기본형태는 부부와 자식들의 2세대로 구성되는 부부가족을 말한다.
조부모·부부·자식들이라는 3세대로 이루어지는 대가족제도는 가족 구성원의 생활과 행동을 규제하는 권위를 지닌 가장이 필연적으로 요청되었다. 하지만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는 구성원의 감소로 그 권위와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어 가정의 민주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두 번째로 맞벌이 부부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직업이 다양화되고 취업기회의 확대로 인해, 여성의 취업의욕이 높아지고 문화 생활의 향상으로 가계비의 지출이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맞벌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가족 구성원 수는 적지만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별로 없으며, 서로의 계획과 일정에 맞추어 생활하다보니 가족간의 친교의 여유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부모가 가정을 비운사이 자녀들은 방치되고, 성인문화에 노출되며, 학원이나 과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친구들과 밖에서 어울려 동적인 놀이를 하기보다는 가정 안에서 혹은 인근 pc방에서 오락과 인터넷 사용에 중독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심한 경우는 자살사이트나 음란 사이트에 들어가 자기 생활을 포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나 정신을 기르기 위하여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다. 이를 위해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부간의 철저한 계획과 책임의식 하에서 합리적인 교육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가족 규모의 축소이다. 이는 핵가족화와 맞물려 조부모와 동거가 적어지고 부부 출생아 수의 감소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위생수준의 상승, 의학기술의 진보, 젖먹이 아이의 사망률 감소, 산아제한의 지식·기술의 보급으로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부모들의 의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또한 학력주의 사회에서 오는 교육부담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들고, 여러 문화적 간접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출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소가족주의는 자녀들의 개성과 특기를 신장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다양한 학습활동과 과외를 통해 자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영역에 자녀가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 후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가족구성원의 상호존중과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서로의 일상적인 생활에 덜 간섭적이며, 서로가 가사 일을 도와야 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밖에서의 생활에 심신이 지쳐 귀가하면 서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에 가사 일이 오히려 짜증스럽기도 하다.
부부간의 가사분담도 필요하지만 자녀들도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가사 일을 스스로 해내는 습관도 중요하다.
한편 핵가족의 가족 양식은 이기적 교육열을 부추겨 과보호적 자녀 양육으로 흐르기 쉽다. 그 결과 자녀들은 이기적이며 고립적이고, 사회적응이 뒤떨어지며, 공동체적 삶에 상당한 문제를 갖는다. 올바른 사회 시민의식을 갖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책임과 의무를 다한 후 자기 권리를 찾는 민주시민의 생활을 가정에서부터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한 자기 일을 부모에게 요청하거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녀들의 자세는 부모의 민주적 가정 운영에서 얻어지는 결실이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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