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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 남자로 태어나 아빠로 사는 운명 2011년 12월 28일 00시 00분 입력
결혼후에도 뜨겁게 살을 맞대고 사랑을 나눈 것은 오늘과 다를리 없다. 이 시의 화자인 아내는 남편을 껴안고 자면서 "옆집에 사는 여편네, 혼자 자면 얼마나 추울까?"라고 농담도 하고 있다. 유교 이념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남녀칠세부동석'의 윤리관에 따라 내외하고 지내다 부모가 정해준 짝과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결혼한 뒤 평생 함께 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옛 문헌과 문학작품을 통해 옛 부부들의 사랑과 삶, 가치관 들을 살펴보면 예나 지금이나 부부는 이성적인 논리보다는 감성적인 정에 따라 사랑하고 또 헤어지기도 했다. 다만 일부층에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요즘 현대 여성들을 분노캐하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오는날은 여권은 커지고 남권은 추락하면서 아빠들이 울부짖는 삶이다. '40대 이상 남성 자살률 1위, 과로사 1위.' 대한민국 중년 남성 행복지수의 현주소는 이렇듯 처참하다. 독일도 그런지 비요른 쥐프케가 쓴 책 '남자심리지도'에 자신의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 나는지도 모르는 남자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 남성들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잘못되었는가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의 시 '아빠는 왜'는 우리사회의 아빠들을 슬프게 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만원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매일 출근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 벌어다 주던 아버지들로서는 억울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강아지나 냉장고 보다 못한 신세가 됐단 말인가! 자녀에게는 역할모델로서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남자어른)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사회에서는 자녀양육에서 아버지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자녀의 성적이 떨어지면 남편은 "집에서 뭐하느라 애 성적이 이 모양이냐"고 아내를 다그친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데만 열심하고,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고전처럼 되 버렸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경쟁력이란 말은 엄마의 불안감을 이용해 먹고사는 사교육업체들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다. 허나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가정일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고 성공할 인생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현상은 미국과 영국의 여러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실패를 견디는 힘이 더 컸고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문제해결이 훨씬 우수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 D파크 교수는 이를 아버지 효과라고 불렀다. 한데 한국사회의 문제는 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데 있다. 밥 먹듯 잦은 야근에 회식이다 동창회다 각종 모임의 연속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이 많다. 파크 교수는 놀이게임 대화 등 아버지 수업을 받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녀들로부터 상호작용이나 반응을 훨씬 잘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젠 행복한 학부모재단에서 아버지를 대상으로 '퇴근후 아버지 학교'를 열면서 반응이 좋다. 야근과 경제저 압박에서 벗어나 울보짖는 아빠가 되지 말고, 이안중이 쓴 '달거리 노래'줄거리처럼 새해부턴 행복하기 바란다. 고운석<시인.광주시 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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