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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의 세상이야기
한국의 同居 vs 인도의 早婚
2012년 12월 03일 00시 00분 입력
피장파장인 한 부부 중 남자인 철이가 결혼하기 전 윤락가에 자주 다니다 보니 돈이 너무 들어 대출을 받아 결혼한 첫날밤이다. 무심결에 신부의 머리맡에 10만 원짜리 수표를 내놓았다. 그러자 수표를 힐끗 바라보던 그의 새 신부가 말했다.
“핸드백 속에 거스름돈 2만 원 있어요.” 이 부부가 1년 뒤 일이다. 이번엔 남편하고 잠을 자다가 부인이 잠꼬대를 했다. “앗! 큰일났어요. 남편이 돌아왔어요.” 그러자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철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허겁지겁 옷을 챙겨 가지고 침실 창문을 열고 도망쳤다. 요즘 성문란을 말해주는 유머인데, 실지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가 주변 원룸이 동거촌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지역 대학가에 대학생 ‘동거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경제 불황으로 생활비를 아끼려는 대학생들의 심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둘이 살면 외롭지도 않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이득이 있잖아요.” 1년여 동안 사귀어온 같은 학교 여학생과 동거에 들어간 지 6개월 째인 양모(23·광주 J대 3년)군의 동거 예찬론이다.
양군은 “동거를 하다 보니 데이트 비용은 물론 생활비도 절약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서 “내가 살고 있는 원룸에도 이성 동거커플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오후 북구 용봉동 원룸촌에서는 대학생 동거커플로 보이는 남녀들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인근 K슈퍼마켓 주인 김모씨는 “원룸촌이 형성되면서 동거를 하는 대학생 고객들이 많아졌다”면서 “손님이 늘어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주민 박 모(49)씨는 “대낮에는 남녀 대학생들이 팔짱을 낀 채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면서 “대학이 자유의 상징이라지만 자유가 방종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동거 구인’ 사이트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데, 지구 한 편에서는 어린 소녀 과부들의 저항이 일고 있다. 인도의 전근대적 조혼 풍습 때문에 여자는 일찍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조혼이 불법이지만 아직도 과거 종교적 관습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게다가 부모는 여자 어린이를 결혼시키면 시댁에 보내는 지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빈곤층에서 주로 조혼이 이뤄진다. 심각한 문제는 남편이 사망하면 어린 소녀가 졸지에 과부가 된다는 점이다. 과부에 대한 차별이 유난히 심한 인도에서 이들은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KBS 취재진은 이런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한 농촌 마을을 찾았다. 여성의 40%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곳이다. 이 지역 소녀 샨티(10)는 5세 때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그에게 큰 비극이 다가온 것은 3년 전 남편이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다. 소녀는 과부라는 이유로 사회활동은 물론 가족 행사에서도 배제됐다.
샨티와 같은 어린 과부는 인도 전역에 수십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젠 다행히 악습에 저항하는 여성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1세 때 결혼해 19세에 과부가 된 랄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남편 없는 여자들의 모임’을 주도하는 그는 “어린 날의 결혼도, 남편의 죽음도 내 잘못이 아닌 만큼 부당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혼 풍습이 낳은 비극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인도의 어린 과부들을 보면, 요즘 빗나간 한국 젊은이들은 무슨 말을 할까.
고운석<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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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