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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의 금융>‘원화’ 는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2013년 06월 24일 00시 00분 입력
한 나라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통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빚을 갚을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이고, 국내총생산(GDP)은 경제의 덩치를 재는 지표이다.
어떤 나라는 ‘ 경제가 튼튼하다.’는 것은 바로 그 나라의 돈의 힘이다. 경제가 건강하면 통화에 힘이 실리고 경제가 무너지면 그 나라 통화도 사라진다. 40여 년 전 캄보디아의 돈은 하루아침에 휴지가 됐다.
경제가 처참한 지경에 몰리자 새 정권이 들어선 후 화폐개혁을 했던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옛 지폐를 이어 붙여 쇼핑백이나 지갑으로 재활용했다. 에콰도르는 재무부 건물 앞 광장에서 자기나라 화폐를 불태우는 세레모니를 가졌다.
미국 달러를 에콰도르의 공식 화폐로 선포한 직후였다. 반복되는 인플레, 금융위기. 외환위기에 진저리쳤던 에콰도르 국민은 자기네 지폐가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화형식에 통쾌한 듯 박수를 쳤다.
우리 원화가 캄보디아. 에콰도르의 화폐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G20 멤버이고, 국가신용등급도 A급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을 휩쓸고 세계 최강의 조선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이런 나라의 멀쩡한 통화가 어느 날 돌연사하거나 화형식을 당한다는 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원화가 세계 시장에서 전혀 사용가치가 없는 것에 대해 우리는 다른 의문을 던져봐야 한다. 무역 규모 세계 8위. 경제규모 세계13위 국가의 화폐가 왜 외국에서는 도통 통하지 않는 것일까? 왜 ‘10억 원’ 이라는 원화채권이 도쿄나 런던에서는 팔리지 않고 서울에서만 팔리는 것일까?
왜 뉴욕의 주요 은행에선 5만 원 권 현찰뭉치를 들고 가도 달러로 바꿔주지 않는 것일까? 국제 금융시장에서 아무런 존재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원화이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은 미국과 싸우며 원유 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숨어들어 간 지하 굴에서 체포됐을 때는 75만 달러의 현찰 뭉치가 나왔다.
미국을 그토록 증오했던 후세인마저 생사가 갈리는 긍지에서는 달러만을 비상금으로 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2012년 가을엔 독도를 둘러싼 분쟁여파가 통화 마찰로 번졌다. 일본은 한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연장해달라고 무릎을 꿇어야 통화동맹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한국의 급소 어느 곳을 찔러야 피눈물을 흘릴지 ‘눈물샘’을 잘 알고 있다. 엔화는 세계 어디서든 달러나 유로화로 바꿀 수 있는 돈이지만 , 원화 채권이나 한국산 금융상품은 비상용이 되기는커녕 위기 조짐만 보이면 가장 먼저 내던져야 할 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은 4년 전에도 우리가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액을 갖고서도 쩔쩔매는 꼴을 바로 옆에서 보았다. 2012년 말 현재 우리가 3,200억 달러기 넘는 보유 외환을 자랑하지만, 그중엔 미국 주택금융공사에 볼모로 잡혀 있는 게 얼마라는 것, 급할 때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고환율 정책으로 원화가 갈수록 천덕꾸러기 통화로 신분이 강등되는 줄도 모르고 자동차. 반도체 수출만이 최고라고 여겼다. 나라경제가 이만큼 컸으면 국가 지도자는 원화를 금덩어리처럼 튼튼한 화폐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김종빈<금융전문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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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