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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칼럼>자녀의 학습조력자
2013년 12월 24일 00시 00분 입력
사람 노릇 중에 부모노릇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열매는 좋은 나무에서 열리듯이 부모가 먼저 바른 삶을 살아야 자녀도 잘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요”, “공부 시작하기가 어렵고 중간에 자꾸 딴 짓을 해요”, “학습지가 계속 밀려요”, “학원에 안가고 거짓말을 해요” 부모 가녀간의 갈등은 좋은 성품의 인성교육이나 올바른 생활습관의 정착보다 학습문제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자녀가 성적이 나빠서 대학에 떨어지면 부모들은 마치 자녀교육에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세상인 것이다. 문제지를 여러 가지로 풀고 많이 외워서 시험을 잘 보는 자녀들을 키워내는 일이 과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인가? 점검해보아야 한다.
또한 지금 우리 자녀들이 사교육현장에서 배우고 있는 학습방법이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데 과연 효과적인 방법인가? 학습조력자로서 부모들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류문명은 세 번의 큰 혁명을 겪었다. 제 1의 혁명인 농경사회에서는 대대로 선조들이 전해주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삶의 방법이고 지혜였다. 농경사회는 운명적으로 핏줄에 의해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였기 때문에 자식이란 일부 극히 제한된 지배계급이 더 큰 권력과 부를 차지하기 위한 발편에 지나지 않았다.
제 2 혁명인 산업화 시회에서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출세를 하는 세상이 되어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남이 모르는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뒤지고(발견) 새로운 발명을 해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산업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은 오로지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산업사회에서 자라온 지금의 부모세대들이 자녀로 하여금 화이트칼라로서 출발할 수 있도록 공부를 중시하는 것이 바로 산업화 사회의 패러다임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제 3의 혁명인 정보화 사회인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근복적으로 다르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자본, 노동, 기술, 토지 등 생산수단이 무기인데 비하여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이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는 사회이다.
이런 정보화 시대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기초지식만 지니고 모든 지식을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꺼내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즉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탐색능력이다. 이러한 탐색능력을 기본으로 하여 정보화 지식의 바다에서 전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 해 내야 하는 것이다.
평생교육사회에서는 학습하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이 곧 교양인이고 지성인다. 세계화는 날로 더 가속화되는 만큼 세계와 경쟁해야하는 시대이다.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과외 학습지, 학원의 노예가 되어 옆집 아이보다 한 점이라도 더 점수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세계의 청소년들은 여행을 하고 박물관을 찾고 토론을 하여 삶을 풍부하게 해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모두 빼앗기고 황금같은 어린시절을 박탈당한 사람에게 어떻게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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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