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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조선 선비와 권력자 부패 2014년 01월 30일 13시 15분 입력
그런데 조선시대에 권력을 내려놓고 청렴과 신중과 근면 이 세가지를 지켜낸 참 선비들이 있다. 유관(柳寬)같은 이는 벼슬이 정승이면서도 동대문 밖의 둬칸 초막울타리도 없고 장마철이면 지붕이 새어 방안에서 우산을 받아야 하는 그런 집에서 살았다. 정승의 녹이 반드시 그런 집에서 살아야 할만큼 적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그 녹으로 사회사업을 하고 동네 어린이들 지묵값으로 나눠주고 잘 못사는 가문사람의 생계를 도와주었던 것이다. 연산군에 용기있는 항거를 하여 유명한 판서 홍귀달(洪貴達)은 남산 기슭에 겨우 몸이 들어가 누울만한 단칸 초막에 허백당이란 거창한 당호를 붙이고 살았다. 비록 단칸이지만 그 속에 들어앉아 九만九천 九백 九십 九칸의 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저자 박지원(朴趾源) 부사(府使)의 생활을 보자. 「집을 지키던 계집종마저 달아나고…집과 아내가 있으면서도 궁색하여 나그네중 신세지만 마음은 더 없이 편안하다. 책을 보다가도 잠이 오면 자는데 깨워줄 이 없어 어떤 때는 종일 자는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사흘을 굶기도 한다」 재상 이승소(李承召)는 판서(判書) 벼슬에 있으면서도 겨우 삼칸되는 초가(草家)에서 살았다. 그 생활을 안 세조는 그를 불러 예의바른 대학자가 사당을 모시지 않음은 무슨 까닭인가 하고 돌려 물었다. 형님이 평양 본가에서 모시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는 그 현장에 때마침 누각같은 호화주택을 짓고 사는 당시 병조판서 모(某)씨가 입시(入侍)하였다. 이승소와 모씨는 앞뒷집에 사는 같은 판서인데도 서로 모르는 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세조는 이승소에게 병판(兵判)을 모르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모르는 사이입니다」하고 똑바로 대꾸했다. 같은 조정에서 일하는 판서를 모를리야 없겠지만 모르는 사이로 지내는 저의는 병판 모씨를 인격적으로 저주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세조는 재물을 탐하거나 축재하고 사는 신하가 입시하면 짐짓 알면서도 「신(臣)이 누구더라」고 이승소식 처세로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다. 비단 세조뿐 아니라 「지면부지호(知面不知乎)」는 경제척도 때문에 인격적 척도를 하강시키는 적신호로서 선비 사회에 널리 퍼진 하나의 풍조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선조 때 명상(名相) 이원익의 청백함을 포상하는 뜻에서 인조가 흰 이불과 흰 요를 하사한 일이 있었다. 우리 옛 선조들은 빛깔의 상징적 용도를 실생활에 많이 이용하며 살았던 시적(詩的)인 민족이었다. 이때 청백(淸白) 의 댓가로 주어진 이의 이부자리를 전달한 승지가 돌아오자 임금은 어떻게 살던가 하고 물었다. 「기와도 아닌 초가집인데 비가 새어 벽이 얼룩이 지고 문틈에 바람이 들 지경이옵니다」고 하였다. 「입시(入侍) 40년에 영의정을 지낸 이가 겨우 초가 둬칸이더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다. 그가 별세했을 때 도승지 이민구(李敏求)가 장사를 치르었는데 관 값 한 푼 마련해 놓지 않았으니, 조정의 부조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하려고 빈사(貧死)를 택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기록해 놓고 있다. 한데 현대에 와서는 살기가 몇 배 나은데도 부정부패가 넘치고 있다. 대통령의 비리와 그의 아들들과 친근들의 비리,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부정부패가 끝이 없다. 돈 많은 재벌들 또한 이에 질세다. 최근에는 조세피난처를 이용 돈을 빼돌리기도 한다. 국세청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관련된 국내 기업인 및 가족, 임직원 등 267명 신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지난 6월 초 미국·영국·호주 국세청과의 공조를 통해 확보한 400GB분량의 조세피난처의 원본 자료를 분석해 405명의 한국인 명단을 추출한 뒤 정밀 검증으로 267명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 명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씨, 국내 30대 그룹 오너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조선의 선비들이 새삼 생각이 난다. 고운석 <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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