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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거, 그 잔인한 돈 잔치의 굴레
2015년 02월 07일 00시 00분 입력
오는 3월 11일,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동시 선거는 그 동안 조합장 선거에서 금전살포 등 선거비리가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 등의 반성적 고려에서 작년 6월에 제정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음으로 같은날 동시에 실시하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모두 1천326곳에서 시행되고,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은 280여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달 26일부터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말 현재 대부분이 금전살포인 불법 선거운동이 167건이나 적발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밝혀지지 않은 불법·부정행위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밝혀진 불법행위 중에 특히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성인이 3천800여명인 충남 논산군의 한 마을에서는 농협장 출마예정자가 주민 150여명에게 20만원에서 1천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구속되었고, 일부 지역에선 ‘5당 4락’(5억원을 쓰면 당선, 4억원을 쓰면 낙선)‘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의 농협장은 경쟁자에게 불출마를 조건으로 2천700만원을 건네고, 또 어떤 곳의 군의원을 역임한 사람은 축협장에게 출마포기를 대가로 5천만원을 건네 구속되었다는 등의 보도가 연일 방송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번 동시 선거를 치루는 곳의 일부이겠지만 참으로 잔인한 돈 선거의 굴레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어느 조합이든 당해 조합장으로 선출되면 그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봉은 아무리 작은 조합도 5천만원이 넘는다는 것이고, 조금 규모가 있는 조합은 판공비 등을 합쳐 2억원에 육박하는가 하면,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리와 대출 한도를 조정하거나 유통·가공 등의 사업을 하면서 지역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더러 다른 선출직역에 도전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기에, 조합장에 출마하는 사람은 당선만 된다면 비용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고, 조합원들도 이를 관행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곧 선거풍토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 일정한 조직이나 단체는 선거를 통하여 그 대표자 등을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는 곧 당해 지위에 대한 정당성과 일정한 권위가 부여된다. 선거란 단순히 말하면 ‘그 조직이나 집단의 대표자 등을 뽑을 권리를 가진 사람(유권자)들이 그 대표자 등을 투표로 뽑는 일’이므로, 선거는 당해 조직을 가장 합리적으로 운영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을 이상(理想)으로 하는 것이어서 선거는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로 일컬어진다.
그러기에 선거는 아무에게나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중에서 당해 조직의 대표자가 되기에 객관적으로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뽑는 것이고, 유권자들은 대체로 그러한 요건을 갖춘 후보자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나 권력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하여 그렇지 못한 대표자가 선출되는 것은 선거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협·수협·산림조합은 그 지역의 유망한 주민들이 조합원으로서 지역사회의 핵심적 구성원들이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이 아니라 돈에 의하여 좌우된다면 그 선거결과는 신종 매관매직(賣官賣職)으로 변질된다.
이는 선거의 본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고, 그 부정적인 효과는 부메랑이 되어 당해 조직이나 유권자에게 되돌아옴은 물론 우리나라의 각종 선거풍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에 있어 돈 선거를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러한 돈 선거의 폐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수립이후 있어 온 고무신 선거니, 막걸리 선거니, 밀가루 선거니 하여 국민위에 군림하던 위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불편한 유산이다.
그러나 굳이 변명하자면 그 때는 우리국민들이 민주주의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때의 일이고, 이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0년이 되어 나름대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국민들이,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이웃인 조합장 선거에서조차 돈 선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를 통한 참된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우리의 이상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의 유권자나 후보자는 당해 조합의 장래는 물론 우리 사회나 자라나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신성한 투표권이나 대표권을 돈으로 사거나 파는 매관매직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에 의한 공명선거를 실시하여 우리나라 모든 선거의 모범적인 이정표(里程標)를 세움과 동시에 아름다운 민주주의 꽃을 피우게 되기를 바란다.
/하승완 <변호사·법학박사>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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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