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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세금, 후폭풍이 거세다
2015년 02월 26일 05시 12분 입력 백성의 소득의 10분의 1이상 거두면 악정(惡政)의 표본인 걸(桀)의 도(道)요, 또 10분의 1보다 적으면 역시 야만의 표본인 오랑캐의 도라하여 목민(牧民) 철학이 돼 있었다. 백성은 국가와 사회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거 알면서도 막상 세금을 내려면 괴롭다.
한데 북송(北宋)의 승려 혜홍(1071~1128)이 편찬한 ‘영제야화’에 세금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난한 시인 반대림에게 친구인 사무일이 “새 시를 얼마나 지었는가?”라고 물었다. 반대림은 “가을이 오니 풍경과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다운 시구네”라고 답했다.
반대림은 또 “어제는 한가롭게 누워있다가 숲에서 이는 바람소리, 빗소리를 듣고 흔연하게 일어나서 벽에다 ‘성에 가득한 비바람에 중양절이 다가오네’라는 시제를 썼는데 갑자기 세금 독촉하는 관리가 오는 바람에 깨지고 말았네”라고 답했다. 그래서 시 한구절만 봉해서 부치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우활하면서 웃었다는 이야기다.
서민에게 세금은 그만큼 무섭다. 공자도 가혹한 세금 징수에 크게 분노했다. ‘논어’’선진’에 공자의 제자 염구가 노나라의 대부이자 권력자인 계강자(季康子)의 가신이 된 이야기가 나온다. 염구가 백성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 계씨의 재산을 늘려주자 “(염구는)나의 문도가 아니니 제자(小子)들아, 북을 쳐서 그를 공격하는 것이 옳도다”라고 선동했다.
공자는 가난한 백성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탐관오리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규정보다 많이 걷는 세금을 서모, 또는 작서모라고 한다. 쥐나 참새가 소모시킨 곡식이란 뜻이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의 ‘창림지서’에서 환곡의 폐단에 대해서 말하면서 작서모에 대해서 비판했다. 환곡이란 고구려 고국천왕 16년(서기194)부터 시행했던 구황(救荒)제도로서 고려와 조선까지 이어졌는데 춘궁기나 흉년에 곡식을 빌려 주었다가 추수기에 돌려받는 제도이다. 원래는 빌려준 원곡만 돌려받고 되돌려 받지 못한 포한 부분은 나라의 곡식으로 보충했던 제도다.
그러다가 차츰 참새나 쥐가 먹은 부분을 보충한다면서 10분의 1을 더 거둔것이 작서모이다. 정약용은 ‘창름지저’에서 “작서모라는 명목으로 10분의 1을 더 거두는데 받아들일 때는 큰 말로하고 내어줄 때는 작은 말로 하면서 쥐와 벌레가 먹어서 줄어든 것이라고 하고는 관청의 용도로 쓰니 이는 국모(國耗)지작서모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라에서 백성들의 곡식을 좀 먹는 것이지 참새나 쥐가 먹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국정 정책을 두고 과거에도 얼마나 큰 논쟁이 있었는지는 한 무제 때의 벼슬아치인 상홍양(서기전152~서기전 80)의 경우로도 알 수 있다.
한 무제는 북방 흉노와의 전쟁경비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상홍양을 등용해서 소금과 철과 술을 국가가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는 전매제를 실시했다. 국가안보를 빙자해 국가가 직접 상행위에 나선 것인데 당연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더욱이 한 나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커녕 서기전 90년에 이사장군 이광리가 전군사를 들어 흉노에 항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0여년에 걸친 흉노와의 전쟁을 포기한다고 선언해야 했다.
한무제 사후 조정에서는 소금·철·술 등에 대한 전매제와 균수법·평준법 등 무제 대의 경제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두고 학자, 관료들이 모여 대토론을 전개했다. 이때 유가(儒家)사상들은 이런 정책의 폐지를 주장하고, 어사대부 상홍양 및 승상 차천추 등 법가(法家) 사상가들은 계속 실시를 주장했다.
이때 있었던 경제 정책에 대한 대토론의 내용을 환관이 정리한 책이 유명한 ‘염철론’이다. 한 무제 원봉(元封) 원년(서기전110)가뭄이 조금 들자 한 무제가 백관들에게 비를 내리게 하는 방도를 물었다. 그러자 복식(卜式)이 “고위 벼슬아치들은 모두 백성들의 세금으로 먹고 입는 자들일 뿐인데 홍양이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홍양을 삶아서 죽으로 만들어야 하늘이 비로서 비를 내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연말정산 후폭풍이 거세다. 다급해진 정부나 여당이 소급환원까지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무능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법인세 인상과 부자직접증세라는 정도(正道)를 두고 담배세나 직장인의 세금 인상 같은 사도(邪道)로만 질주하니 어찌 저항이 없겠는가? 110년에도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복식은 실세인 상홍양을 “삶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면피용 발언 몇번 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준 야당은 또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가진 자들만 대변하는 현재의 보수 양당체제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지형의 창출이 이래서 필요하다.
/고운석<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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