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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동교동계 친노계 살리나 2015년 04월 25일 00시 00분 입력
한데 노론(老論)또는 소론(少論)하며 당색(黨色)을 드러내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다. 이를테면 저고리의 깃과 섶이 뽀족하고 모났으며 치맛주름이 굵고 주름수가 적으면 노론이요, 깃과 섶이 뽀족하고 모났으며 치맛주름이 잘고 많으면 소론이다. 또 머리쪽이 느슨하여 뒤통수가 가려져 있으면 노론부인이요, 바싹 추켜 뒤통수가 노출되게끔 쪽을 올려 찌었으면 소론부인다. 사색당파에 따라 경치 구경하는 동작도 그렇게 판이하게 달랐던 것 같다. 산천을 두루 돌아보며 활개치고 탄성을 지르며 구경하는 것은 남인(南人)이요, 산수를 자세히 보지 않고 냇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것은 소론이며,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장중하게 오가면 틀림없이 노론이라고 ‘이순록(二旬綠’이라는 문헌에 적혀 있다. 남인인 장현광의 손녀 장씨는 그의 아들이 서인(西人)에 붙자, 그 즉시로 아들집을 떠나 같은 남인인 사위 집에 옮겨가 살다 그곳에서 죽었다. 파당이란 정치에 대한 주견의 차이에서 일어난 것인 것을, 우리 한국인의 억센 파당심은 파당을 이렇게 생활화하고 행동화하며 살았던 것이다. 네 편이냐 내 편이냐 하는 양분논리로 내편이 아니면 적이요, 적과는 학문·교혼·복색·교제·거주지역까지도 같이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한데 최근 4·29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성님, 오셨소?” “동상, 왔는가?” 동교동계 모임은 정겹고 스스럼 없는 사투리로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DJ 딱 한사람만 ‘대통령님’이고 나머지 모두 성님, 동상이었다. 권노갑씨 정도만 가끔 ‘큰성님’이라고 불렀다. 기자들에게도 ‘동상’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한 기자는 초년 기자 시절 동교동계 인사들이 자기 손으로 찢은 김치에 수육을 올려주며 “이렇게 먹는 것이여”라고 권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했다. ▲1973년 DJ가 납치됐다가 도교에서 돌아온 뒤 서울 동교동 자택에 연금당했다. 당시 언론은 DJ의 근황을 전하며 그를 ‘동교동 재야인사’라고 쓰곤 했다. ‘동교동계’라고 말의 출발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함께 한쌍 소귀, 우이(牛耳)처럼 두 맹주(盟主)잡았다. 결속력으로 치면 동교동계에 유별난 데가 더 있다. 태반이 칠십 줄 넘긴 수십명이 지금도 매주 화요일이면 서울 현충원 DJ묘역에 참배한 뒤 점심먹고 헤어진다. ▲동교동계 전성기는 물론 DJ정권 때다.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처럼 세상을 어지럽힌 스캔들도 많았다. DJ는 퇴임 한달 앞두고 “앞으로 동교동계라는 말도 쓰지말고 모이지도 말라”고 지시했다. 아랫사람들 안위를 염두에 둔 노(老)정객의 심모원려였을까. 노무현 정권 들어서자마자 DJ가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건넨 돈이 ‘대북 송금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고 DJ가 만든 새청년민주당은 깨졌다. 감옥에 간 사람도 여럿이었다. 야권 주인 자리를 대신 꿰찬 친노에 대한 배신감이 그래서 뿌리 깊다. ▲동교동계는 지난 2월 야당 전당대회 때 남은 화력을 총동원해 박지원씨를 대표로 만들려 했지만 문재인씨에게 졌다. 당원 투표에서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졌다. 이번 재·보선 관악을 경선에선 구청장을 두차례, 국회의원을 한차례 지낸 동교동계 김희철씨가 친노 정태호씨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패했다. 동교동계 어느 전직의원은 “성질나서 못 참겠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일흔명 가까운 동교동계 인사가 현충원에 모였을 때 즉석 회의가 벌어졌다. 새정치연합 후보를 돕겠다는 권노갑씨 뜻을 놓고 거수까지 했는데 거의 만장일치로 ‘손 떼자’쪽이었다. 후배들이 면전에서 권노갑씨에게 반기를 든 것도 처음이라 한다. 당내에선 아직 힘이 있어도 당 밖에선 외면 받는 처지, 한데 다시 회합 박지원 의원 등과 선거를 돕고 있는데, 친노계를 빛나게 해 줄지 의문이다. 고운석 <시인·논설위원 >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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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