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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역사를 기록해 가르쳐야
2015년 08월 30일 00시 00분 입력
역사는 인간의 범죄와 재난의 초상화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복본 완성이 임박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최근 접했다. ‘조선왕조실록 국역본’ 어투가 어렵고 번역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대화사업에 돌입, 2026년쯤 새롭게 탄생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우리 기록들을 복원하고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이러한 작업들은 참으로 중요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약 470년간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돼 있다. ‘승정원 일기’에는 조선시대에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매일같이 다룬 문서와 사건들이 담겨있다. ‘의궤’는 국가의 중요 행사를 기록해서 후대에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만 해도 난중일기, 훈민정음, 동의보감, 일성록, 고려대장경판 등 10종에 달한다. 하나같이 당시 역사가 세세하게 담겨 있는 사실에 입각한 기록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기록이 없었다면 과거 붓끝으로 써놓은 역사를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었을까.
우리 선조들은 기록을 중시했고 과거를 비추어 현재를 들여다 볼 줄 알았다. 작은 나라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5000년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이렇듯 기록을 중시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기록들은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완벽하게 번역해 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 알렸으면 좋겠다. 외국 사람들도 몇백년 아니 몇천년 전 동방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자국 언어로 읽으면 살아있는 기록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그리스 신전에 비해서도 더 가치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될 터다. 세계인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역사는 미래를 조명하는 거울이다. 그를 기반으로 행정을 펼치는 일 역시 단체장의 소임이다. 사실을 뛰어넘거나 사실을 이기는 진실은 없다. 그래서 용산구는 지역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광주전남의 경우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역사를 발굴하여 기록으로 남기거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특히 서울 용산구는 지난해 7월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A.D. 97~1953)’를 발간했다. 100년간 외국 군부대가 주둔하며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있던 용산 미군기지에는 조선 총독 연회장이었던 아방궁, 만주사변 때 일본군 전사자 기념비였지만 지금은 미군 전사자 기념비로 쓰이는 충혼비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있다.
올 2월에는 용산구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사진집 ‘용산을 그리다’를 발간했다. 국내 최초로 가설된 한강철교 공사현장 등 역사적 현장부터 아버지·어머니 세대의 일상적인 삶 이야기까지 용산의 옛사진 230여점을 담은 책자다. 외국에는 동네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지역 박물관이 많다. 30만명이 살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용산도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용산구는 용산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유물수집위원회를 구성하고 곳곳의 지역 유물을 모으고 있다. 정성을 들여 찾고 역사적 의미를 복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과거를 되살리는 것만큼 오늘을 기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지금에 대한 기록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부분적인 역사란 단연코 있을 수 없다. 어떤 역사도 세계사여야 한다. 그 한 토막을 역사적으로 다루는 것도 다만 역사 전체에 관련시킬 때 가능해진다.
그래서인지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떠나 애국심을 구하는 것은 눈을 감고 앞을 보려는 것이며 다리를 자르고 달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국민의 애국심을 환기하려거든 완전한 역사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고운석<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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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