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가을 숲에서 놀아 볼까요?
2017년 09월 27일 00시 00분 입력
‘어린이는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 좋은 교육공간을 제공받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는 마음과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의 일부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사회의 자화상은 어린 아이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회적 변화 속에서 파생된 온갖 모순과 폐해로 아이들은 도시화된 환경과 공해 속에 갇혔습니다.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건강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행복추구권마저 박탈당한 채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우울하며 자존감마저 부재한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래 자리는 자연, 놀이, 아이다움입니다. 숲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가장 소중한 건강자산, 행복자산, 교육자산이며 아이들을 위한 미래자산입니다. 아이들은 자연을 닮았습니다. 아이다움은 자연다움입니다. 숲은 아이들의 미래를 키워낼 수 있는 땅이요, 물이요, 생명이며, 가장 풍요롭고 기름진 터전입니다. 숲은 배움터이자 놀이터, 치유터입니다. 그러므로 숲은 아이들에게 최상의 교실이자, 교과서, 가장 훌륭한 스승입니다.
어른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자라면서 배우고, 놀면서 배웁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들과 소통하며 존중할 줄 아는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며, 가장 큰 꿈, 가장 큰 세계, 가장 크고 넓은 품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입니다. 인류는 놀이를 통해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삶의 지혜를 배웠고 세상을 유지하는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고 비옥한 땅, 맑은 공기, 강, 바다, 숲, 나무, 풀꽃, 하늘을 나는 새와 땅 밑을 일구는 지렁이까지도 내 몸 같이 소중하고 귀하게 여겼습니다.
한 톨의 쌀알도 땅, 비, 햇빛, 바람이 없다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늘은 땅을 위해 우로(雨露)를 아끼지 않고 땅은 사람을 위해 열매를 아끼지 않듯, 사람은 사람을 위해 인정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제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이러한 삶의 태도와 방식은 마음과 정신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숲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위대하고 경이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해를 달려온 시간들이 어느새 풍만한 가을 둔덕에 서 있습니다. 평화로운 들녘에는 황금 알곡들이 영글어가고, 백양꽃이 저물어가는 남도 숲에는 붉디붉은 꽃무릇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느새 대문 은행잎 자락에 해변 모래톱 잔물결 스미듯 노란빛이 배어듭니다. 머잖아 만산홍엽이 손을 흔들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숲으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아이들도 어른들도 숲속에서 놀아봅시다. 잘 익은 숲길을 걸으며 세상의 수런거림일랑 떨쳐버립시다. 지친 일상과 몸과 마음이 재밌고 여유롭게 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자기 내면에 구불구불하고 고즈넉한 숲길 하나를 놓아보십시오. 숲길을 걷다가 듬직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나시거든 거기 그냥 등 기대어 서서, 이 풍진 세상 속에 미망(迷妄)중인 내 영혼을 불러들이십시오.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영혼을 어루만져 쉬게 하십시오.
우리네 삶에서 옹골차고 예쁜 것만이 꽃이 되고 열매 맺는 것이 아니듯, 숲에도 늘 아름답고 건강한 풍경들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괜찮다, 수고했다, 사랑한다’라며 향기로운 숲의 언어로 아이들과 자신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터벅터벅 그렇게 가을 숲길을 걷다보면 산그림자도 일찍 찾아오는 ‘침묵의 달, 무소유의 달’도 찾아올 것이고, 우리네 삶도 심신도 숲에서 더욱 청정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강영란 숲과문화학교 교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
| 칼럼/시사/논평/이슈 |
 |
| |
|
| 지역행사 소식 |
|
| |
|
| 무료광고 |
|
| |
|
|
독자참여
등록 : 2006년 3월 31일